"한진해운에 3000억 투자" 대한항공, 증자 참여 시사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3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측을 제치고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대한항공은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최 회장이 경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산업은행 등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3000억원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주주배정 방식으로 대한항공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상증자에 3000억원까지 참여할 여력은 있으나 채권단의 ‘성의’ 표시(지원 약속)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이사회에서 의결하지 않고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규모 증자 참여에는 동의하지만 ‘조건’을 걸었다는 뜻이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는 한진해운홀딩스(지분율 36.56%)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16.71%)과 한국공항(10.70%)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27.45%를 갖고 있다. 최 회장 측 지분은 본인(7.13%)과 두 딸(조유경·유홍 각 4.73%), 양현재단(9.90%)을 포함해 총 26.49%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직·간접적으로 증자할 경우 어떻게든 경영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만약 대한항공이 한진해운홀딩스에 3000억원 유상증자를 할 경우 대한항공 측 지분율이 47%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최 회장에게 경영을 계속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상증자 참여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내건 조건인 ‘채권단의 성의’를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당초 대한항공은 산업·우리·하나·농협은행이 보증을 서는 방법으로 한진해운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영구채는 채권단의 거부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서 채권단이 판단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의 국내 금융사 여신이 워낙 적어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은/이유정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