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긴장감 높이고 계열사 시너지 확산시켜라" LG, CFO·경영진단 임원 '순환 대이동'
LG그룹이 지난달 29일 마무리한 2014년 임원 인사에서 계열사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진단 임원을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그룹 조직 내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시장선도’와 ‘정도경영’을 구체화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돈을 관리하는 ‘살림꾼’과 경영을 진단하는 ‘파수꾼’들을 돌려서 개별 기업의 강점을 전 그룹으로 확산시키려는 인사라는 것이다.

"조직 긴장감 높이고 계열사 시너지 확산시켜라" LG, CFO·경영진단 임원 '순환 대이동'
1일 LG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CFO인 정호영 부사장은 이번 임원 인사에서 LG생활건강 CFO로 자리를 옮겼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인수합병(M&A)으로 자회사 수가 늘어 경영 관리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CFO의 직급이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2005년 차석용 부회장 부임 이후 2007년 코카콜라를 시작으로 11개의 회사를 잇따라 인수한 뒤 일부 계열사를 통합해 7개의 자회사를 뒀다.

정 부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LG디스플레이 CFO는 김상돈 서브원 전무가 맡았다. 서브원 CFO는 그룹 지주사인 (주)LG에서 계열사 경영진단 업무를 해온 정도경영 태스크포스(TF)의 차동석 상무가 담당한다. 기존 LG생활건강 CFO였던 김건오 상무는 LG화학 CFO 산하의 금융담당으로 이동했다.

CFO들의 승진도 이어졌다. 정도현 LG전자 CFO(부사장)가 사장이 된 것을 비롯해 성기섭 LG CNS 전무가 부사장으로, 김홍기 LG하우시스 상무도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정광호 LG CNS 재경담당도 LG 엔시스 상무로 영전했다.

경영진단 담당 임원들의 이동 폭도 컸다. 그룹의 정도경영TF를 거쳐 LG전자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맡아온 서동희 상무는 LG CNS 정도경영 담당 임원으로 옮겼다. 이동언 LG화학 상무는 (주)LG 정도경영TF로 파견됐고, LG CNS 정도경영 담당인 김동은 상무는 LG생활건강으로, 이재명 LG생활건강 정도경영부문장(상무)은 LG상사로 각각 이동했다. 이 상무는 경영진단 부문 임원이 없던 LG상사에서 실적 부진의 원인을 찾고 개선 방향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룹 미래전략실 임원이나 주력 회사인 삼성전자 임원들을 다른 계열사로 보내는 반면 LG는 계열사 간 임원 순환 인사를 통해 업종 간 시너지를 내고 내부 긴장감을 불어넣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재무와 경영진단 라인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영업·마케팅 인력도 중용했다.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승진한 임원은 지난해 19명에서 올해 23명으로 늘었다. 특히 LG전자는 전체 승진자 중 30%(13명)를 해외법인장과 영업 부문에서 선발했다. 가정용 에어컨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둔 조주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미국법인장을 맡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또 해외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영업조직을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바꿨다.

LG 관계자는 “올해 인사에서는 시장선도의 기반이 되는 R&D 인재를 육성하고 경쟁이 치열한 해외 영업 및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