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에 발 묶인 장·차관들…하루종일 우왕좌왕

오전내내 국회에 대기
"점심·저녁 약속 조정 소동…너무 심하다" 볼멘소리
국제회담 취소하기도
국회 파행…장관회의 시간 3번 바꿔

국회 파행으로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차관들이 29일 하루종일 우왕좌왕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 맞춰 오전 10시부터 국회로 출근해 대기했지만 ‘여야 다툼’으로 예결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전날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해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했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이날 오전 예결위를 강행했지만 예정된 대정부 정책질의는 전혀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예결위에 참석한 행정부 수장들은 아까운 시간만 날렸다.

이후에도 웃지 못할 해프닝은 계속 이어졌다. 오전 11시30분께 새누리당의 ‘반쪽 예결위’가 정회되면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12월1일로 잡혀 있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각 부처 장관들이 이왕 서울에 모인 김에 회의를 앞당겨 열기로 한 것. 이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약 10개 부처 장관이 참석한다.

회의 시간은 처음에는 오후 3시로 공지됐다가 나중에 3시30분으로 늦춰졌다. 회의 장소는 세종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로 잡혔고 이에 따라 일부 장관은 국회를 빠져 나와 서울청사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후 2시30분을 넘어서면서 장관들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야 했다. 새누리당이 예결위를 속개한 탓이다. 대외경제장관회의 개최 시간은 오후 5시로 다시 늦춰졌고 장소도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 수출입은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속개한 예결위는 오후 3시30분께 다시 정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한 시간 동안 민주당을 성토한 뒤 회의를 다시 중단한 것. 이에 따라 현 부총리와 10여명의 장관은 회의 시간을 오후 4시로 다시 앞당기고 재빨리 수출입은행으로 이동했다. 하루 동안 회의 시간이 ‘오후 3시→오후 3시30분→오후 5시→오후 4시’로 세 번이나 바뀌고 회의 장소도 갈팡질팡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이날 하루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국회는 이날부터 12월6일까지 정책질의를 벌인 뒤 12월9일부터 계수조정소위원회를 거쳐 12월16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며 “정부로선 국회 일정이 있으면 국회로 총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이미 약속한 오찬과 만찬을 전부 재조정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장관들의 공식 외부 행사 일정 같은 것도 바꿔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현 부총리는 국회 예결위 일정 때문에 세종청사에 내려가지 않고 이번 주 내내 사실상 여의도에 대기하기로 했다. 내달 5일 예정된 한·인도 재무장관 회담 출장도 불확실하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에도 국회 일정이 꼬이면서 브라질에서 열리는 한·브라질 재무장관 회담을 포기해야 했다.

예산당국 관계자는 “행정부 스케줄이 얼크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내년 예산안 통과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일어나선 절대 안 되는데 국회가 이런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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