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네이버·다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향후 포털사들이 어떤 시정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애초 수백억원대의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를 염두에 뒀던 만큼 양사에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개선방안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불공정 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간접적인 피해까지도 구제책과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동의의결제가 시장의 경쟁제한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만큼, 앞으로도 동의의결제를 확대·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동의의결제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 역시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경쟁질서 제한 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보다는 자진시정에 의한 해결을 유도, 기술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포털사 동의의결 신청 사안 전체 수용
동의의결제는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할 때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료하는 제도다.

동의의결 신청 대상이 된 위법사안은 ▲통합검색방식을 통해 정보검색 결과와 자사 유료전문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점 ▲일반 검색결과와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한 점 ▲특정 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대한 이관제한 정책 ▲네트워크 검색광고 제휴계약 시 우선협상권 요구 ▲계열사인 '오렌지크루'에 대한 인력파견 등 5가지다.

공정위는 27일 전원회의에서 신청사안 5가지 모두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수용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동의의결 개시 결정 이후 30일 안에 잠정 동의의결안을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결국, 양사는 신청 사항 모두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제재 수위 상응하는 피해보상안 마련해야"
포털사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강도가 애초 높았을 것으로 예견된 만큼 동의의결제를 통해 제시된 포털사의 시정방안과 보상대책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철호 공정위 상임위원은 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법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 수위와 동의의결을 통한 피해구제 방안에는 어느 정도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며 "너무 격차가 크면 적절하지 않으므로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포털사들에 대한 과징금 총액이 대형 포털은 수백억 원대, 중형 포털은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의의결에 따른 시정방안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 상임위원은 "직접적인 피해구제안은 당연히 포함돼야 하며 나아가 간접적인 피해도 구제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색결과에서 누락된 사업자가 피해를 본 경우, 소비자가 왜곡된 광고검색으로 피해를 본 경우 등이 직접적인 피해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피해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다.

간접적인 피해구제 방안에는 검색결과에 따라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조치 방안을 만드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콘텐츠 제공자(CP)에 대한 지원방안 등도 시정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은 '동의의결 수용'이 대세…공정위도 확대 방침
한국보다 앞서 동의의결제도를 시행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에 대한 법적 제재에 앞서 자진 시정기회를 주는 게 일종의 관습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유럽 규제당국의 결정이다.

2008년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MS가 컴퓨터(PC)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해 윈도OS에 인터넷 검색프로그램(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 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MS는 사용자의 브라우저 선택권 보장을 시정안으로 제시했고 집행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MS는 시정안을 지키지 않아 나중에 재조사를 받고 5억6천만 유로 규모의 벌금을 냈다.

포털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콘텐츠 도용과 경쟁 서비스 배제 혐의로 2010년 11월 EU에 제소당한 사례가 있다.

구글은 지적받은 혐의점에 대해 검색 결과 구분 표시와 경쟁사 서비스 차별 폐지안을 내놓고 올해 4∼6월 시장 반응 시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제시한 시정방안이 미흡하다며 지난 7월 추가 시정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동의의결 개시가 소비자 피해구제와 경쟁제한 해소를 위한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제도의 긍정적인 측면을 확대·발전시킨다는 입장이다.

지 상임위원은 "동의의결제가 잘 정착하면 법 위반 해결과 소비자 피해의 신속한 구제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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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오예진 기자 pan@yna.co.kroh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