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은에 '금리인하' 요청할 듯
정부가 확실한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에 또 한차례 금리 인하를 주문할 태세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중순 발표할 내년 상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내년 중 금리 인상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한은에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현 경기 상황에 대한 두 기관의 진단이 엇갈리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경기 논쟁이 다시 한번 불붙을 조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6일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저물가 지속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한은의 신축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50%로 6개월째 동결한 상태다.

정부가 금리 인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연간 기준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물가상승률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기재부가 매주 개최하던 물가관계차관회의는 지난 9월11일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건을 찾기 힘들고 별도 대책을 낼 필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처럼 유례없는 저물가가 디플레이션(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물가 하락)의 조짐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게다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2%(한은)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5~3.5%)를 크게 밑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8일 이 점을 지적하며 ‘한은 무책임론’을 간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지난 25일 산업정책연구원(IPS) 20주년 포럼에서 “기준금리 변경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차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회복세가 자리를 잡으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예상보다 빨리 커질 수 있다는 얘기로 정부 측과는 확연한 시각차를 보였다.

한은도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조짐을 일축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고개를 젓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