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언론과 첫 대면 >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가오시칭 사장이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가오 사장이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 한국 언론과 첫 대면 >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가오시칭 사장이 2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가오 사장이 한국 언론사와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기회가 된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의 대표기업에 투자하고 싶다.”

가오시칭 중국투자공사(CIC) 사장은 21일 중국 베이징 CIC 본사 인근 식당에서 1시간10분 정도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관심 있는 한국의 투자 대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뜻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아주 좋은 기업이어서 합작이든 투자든 해보고 싶은데, CIC가 투자하기에도 너무 큰 기업”이라며 웃었다.

가오 사장은 다소 깐깐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인터뷰 내내 소탈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3중전회에서 많은 개혁안이 나왔지만 정치개혁이 전제되지 않은 경제개혁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3중전회에서 결정된 개혁에 정치개혁이 부족하다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발표 문구의 내용은 경제지만 사법심판권의 독립, 노동교화제 폐지 등은 과거 60년 동안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정치적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과감하고 획기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젠정팡취안(簡政放權·정부의 권력을 축소하고 권한을 아래로 넘긴다)의 내용도 주목해야 한다. 나는 이번에 발표된 개혁방안이 흥분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이미 시작됐다.”

▷3중전회 후 중국에는 어떤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나.

“예를 들어 이번에 주식회사의 자본금 납입 규제를 철폐했다. 먼저 회사를 설립하고 자본금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영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조치다. 이번 3중전회에서 국유기업 개혁이 많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유경제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는 현실이다. 국유기업의 개혁은 국유 부문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국유기업이 민간 기업 및 외자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유 기업 독점이나 사회적 불균형 등의 문제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문제 등이 앞으로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문제는 외국에서도 겪고 있는 문제다. 그러나 중국의 문제는 서양국가와는 조금 다르다. 중국은 정부의 권한이 훨씬 강하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변수다. 나는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중국 금융의 70~80%를 차지하는 대형 국유은행들은 (그림자금융의 진원지로 지목받는) 재테크상품이 많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CIC는 투자할 때 자산 배분 원칙이 있나.
“물론 있지만 공개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CIC의 설립 목적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리스크 통제 범위 안에서 최고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성 있는 채권보다는 리스크는 크지만 수익성이 좋은 주식 투자를 훨씬 중요시한다. 직접투자도 하고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한다. 보통 투자기관들은 1년 투자수익률에 연연하지만 우리는 장기 수익을 추구한다. 사모펀드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장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년 투자전략은.

“글로벌 경제를 보면 미국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도 안정되고 있다. 과거처럼 다음날 은행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험한 시기는 지났다. 그래서 내년에는 선진국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신흥국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장기 수익률은 항상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 시장을 추월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신흥국시장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선진국 시장이 신흥국 시장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에 한국에서 위탁자산운용사를 선정했다가 펀드 설정을 취소한 바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자산을 위탁해 운용하고 있다. 사모펀드에도 투자했다. 2011년에는 한국에만 투자하는 한국펀드를 설정하려고 위탁운용사를 선정했지만 내부적으로 변동 사항이 있어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무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선진화돼 있지만 규모가 작고 변동성이 너무 크다. 우리 같은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 시장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다른 성격의 시장에도 투자한다. 그러나 한국시장은 리스크를 헤지할 대안 시장이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한국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나.

“우리는 국가별로 투자 비중을 배분하지는 않는다. 자산 할당은 부동산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분야별로 이뤄진다. 이후 각 분야에서 국가나 지역별 자산 할당을 한다. 만일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이를 조정한다.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분명히 한국의 글로벌 대비 인구 비중보다는 높다.”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업종이나 기업을 선택한다면.

“나도 한국 경제를 유심히 보고 있다. 특히 삼성 같은 기업은 기회만 된다면 투자하고 싶다. 그러나 삼성은 규모가 너무 크다.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 일상용품 등은 세계 경제에서도 공헌도가 높다. 또 한국의 의료 보건 미용산업은 중국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앞으로도 유망하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IC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 딜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밝힐 수 없다.”

▷특별한 투자원칙이 있나.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원칙은 CIC는 국가를 위해, 13억 인구를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둘째, 이런 원칙 아래 전문성을 갖고 투자한다. 정치게임이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배제한다. 셋째, 투자할 때 투자 대상국의 현지 법률과 문화를 존중한다. 투자 대상과 윈윈하는 전략으로 투자한다. 넷째, 우리는 장기 투자자이고 지배주주가 되지는 않는다. 굳이 표현하자면 우리는 매우 적극적인 마이너 주주다. 10% 안팎의 지분을 갖지만 투자 대상 기업과 적극 협력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책임과 도덕을 준수하는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가오시칭 사장은 美서 법학박사·월街 경험…CIC 설립 때부터 지휘봉

[한경 단독 인터뷰] "한국펀드 계속 추진…기회 되면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싶다"
중국투자공사(CIC) 설립 때부터 사장을 맡고 있는 중국 국부펀드 역사의 산증인이다. 중국 최고위 관료로는 드물게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했다.

산시성 시안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철도 건설 현장과 기계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다. 문화대혁명 후 베이징외국무역학원에서 국제경제법을 공부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유학가 듀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86년부터 2년간 월스트리트의 법률회사에서 근무해 국제금융시장 정세에도 밝다.

귀국 후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로 상하이증시 출범과 법제화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는 2003년 사회보장기금이사회 부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공격적인 해외 투자로 적자에 허덕이던 기금을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런 탁월한 투자 능력을 인정받아 CIC 초대 사장을 맡았다.

중국투자공사는 자산 5752억弗 세계 5위 국부펀드

[한경 단독 인터뷰] "한국펀드 계속 추진…기회 되면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싶다"
중국투자공사(CIC)는 3조6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국부펀드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2000억달러였지만 증자 등을 거쳐 현재 5752억달러에 이른다. 국부펀드 중에서 자산 기준으로 세계 5위다.

CIC는 출범부터 고수익 투자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해외 자산에만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이 아닌 재무적 투자만을 원칙으로 한다. 그동안 주로 금융 에너지 인프라 설비에 굵직한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업체인 EP에너지(3억달러), 러시아 광산업체인 폴리우스골드(4억2500만달러), 영국 인프라업체인 템즈워터(4억4400만달러)와 히드로공항(7억2500만달러) 등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탄산칼륨 생산업체인 러시아 우랄칼리 지분 12.5%를 확보, 2대주주로 올라섰다.

CIC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 비중이 전년의 19%에서 22.3%로 증가한 반면 에너지 부문은 14%에서 10.2%로, 원자재 부문은 9%에서 6.5%로 감소했다. 지난해 주식 투자 비중은 전체 자산의 32%로 채권의 19%를 압도했다. 출범 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수익률은 5.02%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