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경영권 판다] CP 피해 연내 꼭 보상…구자원 회장, 43년 키운 '금융' 접어
LIG손해보험 매각 방침을 발표한 19일 LIG 임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모태 기업이기 이전에 그룹을 지탱하는 대들보 같은 LIG손보를 팔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자원 LIG 회장 일가는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 피해 보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특단의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상 앞당기기 위한 용단

LIG는 지난 13일 1300억원을 추가 지급해 LIG건설 CP 투자자들의 피해금 2100억여원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43년동안 키워온 LIG손보를 팔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구 회장과 그의 맏아들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LIG 관계자는 “주력사 매각을 결정한 것은 단시일 내 책임 있게 손해를 보상하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LIG 지분을 가진 대주주 일가가 고민 끝에 구 회장의 결심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항소심을 앞두고 CP 투자자들의 피해를 확실하게 보상함으로써 재판부의 선처를 이끌어내려는 취지도 깔려 있다.

구 회장 일가는 LIG건설 회생에 개인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지분 매각 외에는 달리 보상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구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투자자 피해 보상’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다하고 LIG손보의 계속된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 매각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목돈’을 마련하려면 LIG손보나 LIG넥스원을 팔아야 했다. 그런데 LIG넥스원은 구 회장 일가가 (주)LIG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즉 지분을 팔아도 (주)LIG의 배당으로 회수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반면 LIG손보는 구 회장 일가가 지분을 직접 갖고 있어 매각 즉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LIG 관계자는 “하루빨리 보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LIG손보 매각 외에 대안이 없다”며 “경영권을 포함해 5000억원에 달할 매각 대금으로 선지급한 보상금 등을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방산 전문업체로 명맥 유지

옛 LG그룹에서 분가한 LIG는 크게 세 사업 부문을 갖고 있었다. LIG손보를 중심으로 한 금융,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한 방산, LIG건설을 중심으로 한 건설이다. LIG손보(옛 LG화재)는 1999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됐으며 2006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LIG넥스원은 2004년 LG이노텍에서 방산 부문을 양수받아 성장했다. LIG건설의 전신은 2010년 합병한 건영과 한보건설이다.

이 중 LIG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떨어져나갔고, 남은 것은 LIG손보와 LIG넥스원이다. 비중은 LIG손보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LIG의 전체 매출 12조원 가운데 약 85%인 10조3000억원을 LIG손보가 올렸다. LIG넥스원 매출은 9500억원 정도였다.

이에 따라 LIG손보가 매각되면 LIG는 순수 지주회사인 (주)LIG와 LIG넥스원 등으로 이뤄진 미니 그룹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LIG손보는 매출 비중이 큰 데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했다”며 “매각 이후 LIG는 방산 전문 그룹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