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주식 전량 매각…4천억∼5천억원 예상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자신과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LIG손해보험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LIG손보측이 19일 밝혔다.

지분 매각사유는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 보상액 재원 마련이며 매각 주식 수는 1천257만4천500주(지분율 20.96%)에 달한다.

구 회장 일가의 LIG손보 지분율은 1대 주주인 구본상 LIG 부회장이 6.78%, 구본엽 LIG엔설팅 고문이 3.60%, 구본욱 LIG손보 상무가 2.82%,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이 2.49% 등이다.

구자원 회장의 지분율은 0.24%에 불과하다.

LIG그룹 관계자는 "약 1천3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으나 확실하고 신속한 자금조달을 위해서 LIG손보 지분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구자원 회장은 주식 매각 방침 발표 직전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매각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LIG의 모체기업이자 자산 18조원 규모의 핵심 계열사인 LIG손보가 사실상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이 이뤄지면 구자원 회장 일가는 지난 50여년간 경영해 온 LIG손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

LIG는 올해 초부터 사재출연을 통해 730억 원 상당의 피해보상 조치를 이행하고 지난 14일부터 기업어음 투자자 700여 명 전원에 대해 약 1천30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중이다.

LIG는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전체 피해액 약 2천100억원에 대한 보상은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LIG손보 관계자는 "곧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최종 매각까지는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G손보의 한 주당 가격은 이날 기준 3만원 수준으로, 구씨 일가가 매각하는 총 지분을 이 가격으로 환산하면 3천800억원에 이른다.

보험업계에서는 LIG손보 매각 가격이 4천억∼5천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사를 계열사로 가진 한화, 롯데 등의 대기업이나 농협, 신한, KB 등의 금융지주사가 LIG 지분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 4개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업계 시장점유율(16개사 원수보험료 기준)은 삼성화재 26.3%, 현대해상 16.1%, 동부화재 15.3%, LIG손보 13.7% 등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들에는 오랜 기간 지속된 손보업계 상위 4개사간의 경쟁의 틀을 깨고 상위사로 도약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지분 인수에 LIG손보의 강성 노조 성향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