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보험설계사 3만5천여명…내부통제시스템 전면 조사
보험설계사 리베이트 관행 만연…보험업계 '핵폭탄 터지나'

금융감독원이 최근 '보험왕' 탈세 비리 혐의와 관련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3만5천여명에 달하는 보험 설계사를 거느린 삼성생명에서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보험업계 전체로 조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고액 보험설계사의 경우 리베이트 유혹을 받기 쉬운 구조여서 금감원의 이번 조사가 보험업계 판매 조직을 뒤흔들 수도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경찰에서 고액 보험설계사의 고액 탈세 연루 혐의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후속조치로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삼성생명이 정기 종합 검사가 아닌 단일한 사건으로 내부통제시스템을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 발표에는 다른 보험사 보험왕도 포함돼 있으나 금감원은 삼성생명만 조사해보면 보험업계 전반을 파헤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험왕'으로 불린 고액 보험설계사들의 리베이트, 모집 질서, 금전 사고 등 불법 영업 행태를 제대로 통제했는지가 핵심이다.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만 3만5천500여명으로 50억원 이상 고액·다건 계약을 보유한 고액 보험설계사도 5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업계 전체 보험 설계사는 15만여명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일단 삼성생명만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면서 "보험왕 파문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동안 어떤 조치를 했는지와 적발한 게 있는지 등 내부통제시스템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액 보험 설계사들이 고객 돈을 선납 받아 월납으로 쪼개고 리베이트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 조사 단계에서 검사 체제로 즉각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세무당국에 납입 내역을 통보할 필요가 없는 비과세 보험상품이 불법자금 탈세에 이용됐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다년간 막대한 보험 판매 실적을 올려 '보험왕'으로 불린 유명 보험사의 설계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니 경찰 발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업계는 업계 1위 삼성생명에 대한 보험설계사 전면 조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험 설계사의 리베이트 관행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될 경우 해당자 문책이나 과징금 등 단발성으로 그쳤다.

그러나 경찰 수사와 함께 금감원 조사까지 이번에 확대될 경우 보험 설계사 비리가 적나라에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부화재의 모 직원은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보험대리점에 지급한 모집 수수료 4천200만원 중 4천100만원을 본인 계좌로 돌려받아 보험계약자에게 금품을 리베이트로 제공했다가 적발됐다.

메리츠화재 모 직원은 2010년부터 2011년에 모 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3천100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넸다 들통나기도 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들은 실적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금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면서 "일부 고객은 이런 리베이트를 보험 설계사들에게 계약 대가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president21@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