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취직한 가이트너…월가의 보은?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4년간(2009~2013년) 금융위기 수습을 총지휘했던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이 월가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워버그핀커스에 전격 합류했다.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월가 금융회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의 월가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때 씨티그룹 AIG 등 대형 금융회사의 구제금융을 주도한 데다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까지 거론된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뉴욕에 있는 워버그핀커스는 16일(현지시간) 가이트너 전 장관이 내년 3월부터 전략담당 대표와 총괄이사로 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얼굴마담이나 고문역이 아닌 경영전략과 관리, 홍보를 총괄한다. 이 회사의 찰스 케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가이트너는 우리 파트너십의 정규 멤버로 활동하고 공동 CEO에게 직접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산규모 350억달러인 워버그핀커스는 1970년대 ‘바이아웃(buyout) 펀드’를 소개하면서 세계 최대 PEF 운용사로 명성을 날렸다. 바이아웃펀드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 돈으로 기업을 인수해 나중에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워버그핀크스는 그러나 부동산과 헤지펀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온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밀리고 있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해외 국부펀드 등 해외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이트너 전 장관이 퇴임 후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 취직한 로버트 루빈, 존 스노 등 전직 재무장관의 전철을 밟게 됐다”며 “이들은 거액의 연봉을 받고, 금융회사는 이들의 인맥과 경험을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회사의 전직 고위관료 영입은 흔한 경우다. KKR은 지난 5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을 공공정책과 경제조사 팀장으로 영입했다. 또 댄 퀘일 전 부통령과 스노 전 재무장관은 PEF 운용사인 서버러스에 합류했다. 칼라일그룹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전 대통령과 제임스 베이커 3세 전 국무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트너 전 장관의 월가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재무장관 시절 금융회사에 너무 관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가이트너 전 장관이 금융위기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을 깨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버그핀커스가 가이트너 장관 재직 때 공적자금을 받은 웹스터파이낸셜 스털링파이낸셜 등의 지분을 보유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