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박스권 답답장세…'시원한 질주' 돋보이네
힘차게 출발한 계사년(癸巳年)이 어느덧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국내 주식시장을 돌이켜보면 많은 변수가 있었다. 중국의 유동성 경색과 경기 둔화 흐름,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시행 우려 등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한 해였다. 경기 둔화와 가격 매력이라는 대립구도 속에 2011년 하반기 이후 진행된 박스권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답답한 증시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롱쇼트(long short) 전략을 사용하는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들이다.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박스권 답답장세…'시원한 질주' 돋보이네
○설정액 6배, 성과도 탁월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 원본은 약 56조8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조4000억원 줄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롱쇼트 펀드는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모형 롱쇼트 펀드 설정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 1800억원에 비해 9300억원이나 늘어났다.

롱쇼트 펀드의 인기는 안정적인 성과 때문이다.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리 만무하다. 국내 공모형 롱쇼트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의 경우 연초 이후 지금까지 10.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 0.8%, 국내 주식형 평균 0.3%, 국내 주식혼합형 평균 0.7%, 국내 채권혼합형 평균 2.3%와 비교해 탁월하다.

롱쇼트 펀드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주식시장과 달리 좋은 성과를 보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기에 적합한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


롱쇼트 전략이란 주식 매수 포지션(롱)과 주식 매도 포지션(쇼트)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일반 주식형 펀드는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한다.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하지 않는다. 이른바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고가에 매도하는 롱-온리(long only) 전략만 실시하는 것이다.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박스권 답답장세…'시원한 질주' 돋보이네
하지만 롱쇼트 펀드는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과 동시에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공매도 전략을 쓴다. 빌려서 매도한 주식은 향후 주가 하락시 빌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시 매수해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때도 이익이 발생한다.

이런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시장에서 종목별로 주가 차별화 현상이 심해질 때 적합한 구조다. 대다수의 종목이 상승하는 강세 국면에서는 쇼트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지수가 제한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시장 하락 위험을 일정 부분 헤지(회피)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일반 펀드보다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업종 간 이익 전망이 다르고, 같은 업종 내에서도 개별 기업들의 경쟁력이 다르기 때문에 주가 차별화 현상은 항상 존재한다. 최근 들어선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차별화되고, 가계부채 심화와 부동산 가격 하락 영향 속에 수출과 내수산업 모두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때는 일반 펀드보다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적극적인 수익 창출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분산투자, 절세 효과

롱쇼트 펀드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우수한 분산투자 효과와 탁월한 절세 효과다. 글로벌 경기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들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위험 분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롱쇼트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펀드는 일반적인 금융상품 대비 주식, 채권과 상관성이 낮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을 일반 주식형 상품과 함께 투자할 경우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과표수익이 낮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식의 매매차익 비과세 효과로 인해 비슷한 운용 목표나 기대수익을 지닌 주가연계증권(ELS), 해외 채권형 펀드, 재간접 헤지펀드 등에 비해 과표가 매우 낮은 특징이 있다.

2014년에도 인기 높을 것

○2014년에도 롱쇼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글로벌 경제 여건은 선진국 중심의 점진적인 경기 회복, 미국 중앙은행(Fed)이 주도하는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신흥국 내 차별화 심화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진행된 미국 주도의 경기 회복이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Fed의 양적완화 축소 및 종료 등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경기 모멘텀과 정책 대응 측면에서 신흥국 내 차별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조 속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Fed의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약해질 수 있다. 일부 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 여건의 차별화에 따라 업종 및 종목 간 차별화가 심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싶지만 지수 2000대가 부담스러운 투자자에게 롱쇼트 펀드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단 관련 펀드를 선택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롱쇼트 펀드의 운용 특성상 종목 선정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르고 내리는 종목을 반대로 판단하면 성과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 해당 펀드의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 박스권 답답장세…'시원한 질주' 돋보이네
롱쇼트 전략은 무엇인지, 펀드매니저의 과거 운용 성과는 안정적인지, 수탁액 규모는 적절한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김현규 <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hyunkyu7.kim@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