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3중전회 불확실성 해소·美연말 쇼핑시즌…IT·조선·자동차 등 경기민감주 미리 사둘만
“일부 단기투자 성격의 외국인이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 8일 코스피지수가 23거래일 만에 2000 아래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4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끝낸 지난달 31일부터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해서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가 지난 5일 잠깐 멈추기도 했지만 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 연기금이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지만 규모가 적어 외국인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고,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 자금은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지 않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의 단기 수급 공백에 코스피지수도 2000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겠지만 이달 말부터 다시 외국인의 순매수가 재개되며 코스피지수도 상승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긴축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18기3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3차회의·9~12일)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미국 연말 쇼핑시즌이 다가오는 것을 고려해 정보기술(IT) 조선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를 미리 사두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국인 한국 시장 이탈 가능성 낮아

외국인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4거래일 동안 554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8월23일 이후 44거래일 동안 순매수 금액의 합계인 13조9006억원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수급을 뒷받침할 주체가 없기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5000억원 정도 들어온 케이맨제도 자금 등 단기투자 성격의 외국인들이 지수 상승세가 둔화되고 원·달러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낮아지자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이 튼튼하다는 평가가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국 관련 글로벌 4대 펀드의 한국 주식 비중도 지난달 말 기준 4%대로 지난 10년 평균(6%)보다 낮다. 한국 주식을 더 살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4배로 아직 신흥국 주식시장 평균 PER(10.4배)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와우넷 전문가 장태웅 대표는 “긴 흐름을 볼 때 미국 중국 유럽의 점진적인 경기회복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도 단기적으로는 모멘텀(주가 상승 요인) 없이 소강 상태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달 말부터는 다시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차익 실현 성격의 외국인이 매도를 마무리하고 2000선 위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재유입되면 수급 상황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민감주 저점 매수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대형 IT주들의 가격이 부진할 때 사놓는 것이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 넷째주 목요일(올해는 29일)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연말 쇼핑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팀장은 “미국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는 연방정부 폐쇄 기간 때 실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해 신뢰도가 낮다”며 “오히려 연방정부 폐쇄로 미뤄진 소비가 다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쇼핑시즌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IT, 특히 반도체 업종의 주가 전망이 밝다”고 덧붙였다. 와우넷 전문가 이승원 대표는 SK하이닉스를 추천하며 “고사양 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라 모바일 D램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주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유로존의 경기부양책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8일 2146까지 올라갔다가 지난 7일 기준 1593까지 떨어진 벌크선운임지수(BDI)의 상승세도 점쳐진다. 이 대표는 현대중공업을 추천하며 “중고 선가와 신조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도 증가하고 있다”며 “유럽 경기회복 전망 등으로 선가 상승과 발주 증가 추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웅 대표도 “현대미포조선이 9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연중최고치에 근접해 있다”며 “지금의 상승세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회복 기대감에 꿈틀거리고 있는 철강업종도 주목할 만하다. 기관들은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를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87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2.5% 올랐다. 오성진 센터장은 “미국 실물경기 선행지표인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 10월치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강 화학 등 경기 민감주에 대한 저점 매수 전략도 좋다”고 말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민감 업종의 일시적인 조정은 추가 매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인 보유 비중이 과거 평균보다 낮아 추가 매도 물량 우려가 작은 철강·조선업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