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보는 정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을지로위원회가 사실상 공정위 업무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과도한 입법을 추진하거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거래 당사자 간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들 때가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추진하는 ‘대리점 보호법 제정’이 대표적이다. 발의된 법안 중에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최대 3배의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산업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의 기본원칙은 ‘손해액만큼 배상’인데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등에 대해 예외적으로 ‘3배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를 다른 불공정 거래 행위로 무분별하게 확산할 경우 보상금을 노린 ‘부당한 거래’가 양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유통 채널에서 대리점의 역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리한 법안이 도입되면 오히려 피해자는 대리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본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제 같은 과도한 징계를 피하기 위해 아예 대리점과 거래를 끊고 직영점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행정 영역’을 파고드는 것도 문제라는 시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의 얘기를 청취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사실 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드는 듯한 조치를 내놓게 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공정위 개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공정위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26일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정위 조사는 늑장조사, 솜방망이 처벌”이란 질타를 쏟아냈다.

이 같은 비판은 역설적으로 공정위가 올해 초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를 6개월도 안 돼 신속하게 처리한 데서 비롯됐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을지로위원회가 신속 처리를 요구한 사안은 이렇게 빨리 처리하면서 다른 사건 처리에는 보통 1~2년 넘게 걸리는 것은 공정위가 그동안 늑장조사, 봐주기 조사를 해왔다는 방증 아니냐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쪽 면만 본 단견”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사건 처리에 전담 사무관 1명이 배치되는데 남양유업 건에는 4명이 달라붙었고 그래서 사건 처리가 빨라졌지만 뒤집어보면 다른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는 얘기”라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공정위를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