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부실 올들어 4조4천억 급증
4대 금융지주사의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이 올 들어 4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회수가 불가능해 사실상 ‘휴지조각(추정 손실)’이 된 채권은 같은 기간 7000억원 늘었다. STX그룹 등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한계 기업이 더 늘어날 경우 대형 금융사들의 자산 건전성이 급속히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대 지주 부실채권 올 들어 35%↑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KB·신한·하나 등 4대 금융지주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고정이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로 분류된 여신은 16조993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2조5664억원)과 비교해 35.2%(4조4267억원)나 증가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들의 연평균 자산증가율이 4~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7~8배에 달하는 것으로, 여신 부실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별로 보면 기업 대출 비중이 큰 우리금융의 부실채권이 6조24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작년 말에 비해서는 2조3640억원 늘었다. KB금융의 고정이하 여신도 9개월 새 1조2477억원 증가해 4조4311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과 하나지주의 부실채권은 각각 3조920억원과 3조2230억원이었다.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인 부실채권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우리금융과 KB금융의 부실채권 비율은 2%를 넘어섰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은 1.77%에서 2.69%로, KB금융은 1.49%에서 2.03%로 각각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1.34%에서 1.53%로, 하나지주는 1.33%에서 1.45%로 올랐다.

◆금융당국 “부실채권 정리 속도 내야”

부실 기업이 속출하면서 회수 불가능 판정을 받아 ‘추정 손실’로 분류된 휴지조각 채권도 늘고 있다. 대출 자산 중 1년 이상 연체돼 4대 지주가 추정 손실로 분류한 여신은 9월 말 기준 3조2818억원으로 작년 말(2조5816억원)보다 27.1% 늘어났다.

지주사별로는 우리금융과 하나지주의 추정 손실이 큰 폭으로 늘었다. 우리금융은 작년 말 5010억원이던 추정 손실 여신이 9월 말 867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나지주는 5150억원에서 81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금융지주 재무담당 임원은 “일부 기업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회수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채권도 급증했다”며 “대부분 상각을 통해 손실로 반영하고 털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의 여신 총액은 약 870조원 규모로 국내 금융시장 전체의 55%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는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은행 등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을 대거 털어내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