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토론회에서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가운데)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토론회에서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가운데)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한국의 부패 정도가 스페인 폴란드보다 높아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과도한 정부 규제로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경제 성장 엔진, 기업가정신이 꺼지고 있다’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는 각종 규제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킨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았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제기업가정신연구협회가 40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기업가정신지수(GEDI)에서 한국은 27위로 하위권인 4등급에 속했다”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칠레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패 정도가 높을수록 기업가정신이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으로 흐르는데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CPI) 측면에서 한국은 스페인 슬로베니아 폴란드보다 부패 정도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헝가리 터키 브라질 등과 함께 부패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2등급으로 분류됐다. 일본과 칠레 등이 한국보다 부패 정도가 덜한 4등급,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부패와 가장 거리가 먼 5등급으로 평가됐다.

윤 연구위원은 “국가의 부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기업들이 정치권과 정부에 기대 수익 창출 기회를 얻게 된다”며 “결국 기업가정신이 비생산적이고 파괴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원칙에 따라 인센티브가 결정돼야만 생산적 기업가정신이 생기고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이론의 전개와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한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국내 중소기업의 일감을 늘리기 위해 만들었겠지만 결국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고 기업 내부거래 자체를 막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사업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치명적 자만’에 찬 제도로 좀 심하게 말하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게 하는 조치와 다를 바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창조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는 규제 철폐에 전면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과 의료시장에 널려 있는 가격 규제를 풀고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등에 관한 각종 입법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의 구조나 기업 간 관계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각종 전제조건을 만드는 성격이 있는 만큼 이를 규제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투자 자체를 위축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