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은 우정 > 이건희 삼성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은 지난 5월 이 회장의 자택인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눴다. 삼성과 코닝은 1973년 합작사 삼성코닝을 세운 이래 만 40년간 협력을 이어왔다. 삼성그룹 제공
<代 이은 우정 > 이건희 삼성 회장(오른쪽)과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은 지난 5월 이 회장의 자택인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얘기를 나눴다. 삼성과 코닝은 1973년 합작사 삼성코닝을 세운 이래 만 40년간 협력을 이어왔다. 삼성그룹 제공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제임스 호튼 코닝 명예회장은 3대에 걸쳐 우정을 쌓아왔다. 할아버지에서 시작된 관계는 이제 이재용 부회장 등 손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과 코닝 양사도 지난 40년간 서로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주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맨 처음에는 삼성에서 내민 손을 코닝에서 잡아줬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69년 삼성전자를 세워 처음 TV를 만들 때였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좋은 브라운관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했는데 일본 회사들은 도움을 주길 거부했다. 삼성은 수소문 끝에 미국 코닝을 찾아갔고, 코닝은 동양에서 온 이름도 모르는 회사와 합작에 나선다. 1973년 삼성코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져 삼성이 어려움에 빠지자 코닝은 판매대금 결제를 연기해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2000년대 들어선 코닝이 어려워졌다. 코닝은 2000년 광섬유 사업에서 큰 실패를 맛봤고, 주가가 1달러로 추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때 코닝을 구해준 건 삼성이었다. 당시 삼성코닝에서 나오는 수천억원의 막대한 배당금은 코닝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시련을 겪으며 이들의 관계는 굳건해졌다. 매년 미국과 한국을 번갈아 방문하며 서로의 집을 찾았고, 가족을 동반해 저녁을 먹는 일도 많았다. 지난 5월에도 77세 호튼 회장이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을 찾아 71세인 이 회장과 만찬을 함께했고, 여기에는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두 회사의 합작은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양사는 1995년엔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업체인 삼성코닝정밀유리(현 삼성코닝정밀소재)를 세웠는데 유리에서의 탁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삼성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회사가 됐고, 코닝도 순이익의 40% 이상을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벌었다.

호튼 명예회장은 코닝 창업자인 애모리 호튼 전 회장의 5대손이지만 지분은 미미하다. 그러나 창업자 가족이자 전 경영자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코닝은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지분도 사들인다. 7.3%를 가진 홍 회장은 코닝에 지분을 팔아 3400억원가량을 받게 된다. 또 삼성코닝이 내부유보금 등을 기존 주주에 나눠주는 과정에서 4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