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거품론 솔솔] "기술 진보로 셰일혁명 계속될 것"…"캐면 캘수록 비용 불어나"
‘셰일 혁명인가, 거품인가.’

셰일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생산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들어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데다 생산량도 앞으로 4~5년 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4일 “미국의 셰일 혁명은 놀랄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에너지사인 셸의 피터 보저 최고경영자(CEO)는 16일 대구 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지금 개발되고 있는 셰일에너지는 미국과 중국 등의 국내 수요를 일부 충당할 뿐 ‘혁명’으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반 그라체프 러시아 연방의회 에너지위원장도 “셰일가스는 생산비가 높고 환경오염도 심해 생산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성에 의문 제기된 셰일에너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는 광구당 에너지 생산량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2009년부터 셰일오일을 생산하기 시작한 미 오클라호마 인근 세리니티 1-3H광구가 단적인 예다. 초기에는 하루 1200배럴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100배럴 이하로 생산량이 줄었다. 에너지 개발 컨설팅 회사인 드릴링인포에 따르면 셰일오일 유정의 생산량은 1년간 70%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등 일반적인 유정에서 생산량 감소폭이 2년간 50~55%인 것과 대비된다. 셰일가스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가스전은 길게는 10년까지 초기 생산량을 유지하지만 셰일가스전은 2~3년만 지나면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데이비드 휴스 세계지속성연구원 회장은 이를 ‘붉은 여왕의 함정’에 비유했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붉은 여왕이 “제자리에 머무르려면 죽도록 뛰라”고 한 말처럼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날수록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단가는 배럴당 50~80달러로 중동의 일반 원유(5~30달러)에 비해 최대 10배 비싸다. 미국이 현재의 셰일오일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350억달러(약 37조원)를 들여 6000개의 시추공을 새로 뚫어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휴스는 이를 근거로 “미국의 셰일에너지 생산은 2017년 최고치를 찍고 그 이후로는 완만히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메이저도 득실 고민

벌써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은 투자 일부를 철회하고 있다. 셸은 이달 초 셰일오일 생산지로 유명한 텍사스주 이글포드의 셰일유정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콜로라도 셰일가스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지 1주일 만이다. 2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하루 생산량은 3만2000배럴로 향후 추가 지출까지 감안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세계 1위 업체인 엑슨모빌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유 환산 잠재 매장량 136억배럴의 셰일에너지를 확보한 XTO를 2010년 250억달러에 인수해 광구를 개발했지만 원유 생산량은 인수 당시보다 1.9% 줄었다. 셰브론도 작년 2월 콜로라도 피션스베이슨의 셰일오일 유정을 매각했다.

이들 회사가 셰일에너지 개발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경제성 있는 광구를 중심으로 한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셸은 올 1월 우크라이나 셰일가스 개발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셰브론도 올해 미국에서 신규 셰일오일 유정을 사들인 데 이어 캐나다 셰일에너지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비관론은 중동 국가들의 음모?

물론 낙관론도 여전하다. 셰일에너지 전문 개발사인 컨티넨털리소스의 해럴드 햄 CEO는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서 2010년 240억배럴로 추정되던 미국 셰일오일 채굴 가능 매장량은 최근 450억배럴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인 노스다코타의 하루 원유 생산량만 87만4000배럴로 에콰도르 등 일부 산유국을 추월했다. 이 같은 기대를 등에 업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컨티넨털리소스 주가가 1년간 56.84% 오르는 등 전문 개발사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셰일에너지의 전망을 놓고 음모론도 나온다. 낙관론자들은 셰일에너지 개발에서 뒤처진 러시아와 중동 등 기존 에너지 패권국들과 일부 에너지 메이저들이 비관론을 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셰일에너지의 경제성은 향후 에너지가격 추이와 시추 비용 절감폭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비관론도 만만치 않지만 아직은 낙관론이 더 많다”고 말했다.

셰일에너지 경제성의 기준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천연가스 가격은 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4달러다. 실제로 올해 중반 이후 북미 천연가스 가격이 MMBtu당 4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셰일가스 시추장비 수요는 작년 말 대비 26% 감소했다. 유가는 현재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준으로 배럴당 98달러 수준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큰 기대를 받으며 본격 시작된 셰일에너지 개발의 허상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며 “좀 더 진지하게 실체를 들여다 볼 때”라고 지적했다.

■ 셰일에너지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히 굳은 셰일층에서 개발·생산되는 원유 및 천연가스를 말한다. 일반적인 천연가스와 원유는 지상에서 가까운 덮개암을 사이에 두고 고여 있는 반면 셰일에너지는 셰일층의 촘촘한 구멍 사이에 갇혀 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해 도입된 수평 시추·수압 파쇄법은 셰일층에 수평으로 삽입한 시추관을 통해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을 깨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빼낸다. 일반 시추관이 ‘I’자 모양인 데 반해 셰일에너지 시추관이 ‘L’자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셰일층을 파고드는 수평관의 길이가 기술적으로 1.5㎞를 넘기 힘들어 해당 지역 자원을 모두 개발하려면 10여개 이상의 시추관을 뚫어야 한다. 일반적인 원유나 천연가스는 지하 500m 내외에 있지만 셰일에너지는 2~4㎞ 깊이에 있어 시추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셰일오일은 불순물 정제에도 추가 비용이 들어 생산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