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코닝 최대주주 된다] 삼성 - 美코닝의 빅딜…'新성장 블루오션' 함께 찾는다
삼성과 미국 코닝의 40년 협력 관계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그동안 합작사를 세워 유리 관련 사업을 해왔다면 이제는 삼성이 코닝의 최대 주주가 돼 운명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된다.

코닝 지분 매입에 2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는 삼성이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코닝 측 경영진을 전폭 지지한 것은 양사 간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코닝이 삼성 지분을 취득, 상호 지분을 보유하는 ‘백기사’ 관계로 발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

삼성이 넘겨주고, 코닝이 받은 삼성코닝정밀소재(삼성코닝)는 ‘알토란’ 같은 회사다. 액정표시장치(LCD) 기판유리를 만드는 이 회사는 2010년 매출 5조6159억원, 순이익 3조3994억원이란 엄청난 실적을 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불어닥친 LCD 불황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거의 매년 1조원씩 줄어 지난해엔 매출 3조2452억원, 순이익 1조3551억원에 머물렀다.

LCD 업황은 당분간 회복이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은 이미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쪽으로 투자를 돌렸다. 최근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떼어내 에버랜드에 붙이는 등 일련의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한 삼성으로선 LCD 유리 사업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이 같은 사업 구조조정은 전례가 있다. 2011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보다 이를 대체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집중키로 하면서 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 주식 6억8750만달러어치(4520만주)와 현금 6억8750만달러(약 7370억원)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반면 코닝 입장에선 삼성코닝은 여전히 보배 같은 존재다. 지난해 코닝의 순이익 17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삼성코닝이 기여했다. 지분 50%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하락세를 겪은 코닝이 삼성코닝 지분 100%를 확보하면 실적은 금세 개선된다. 이날 뉴스가 나온 뒤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코닝 주가가 20%가량 급등한 게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그동안 코닝 측 요구로 수출이 금지돼온 삼성코닝이 중국 등으로 수출을 시작하면 실적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25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쑤저우 공장을 완공하는 등 내년 말까지 새 LCD 라인 4개를 확충하면서 유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코닝 입장에서는 중국 자회사의 증설보다는 수율이 뛰어난 삼성코닝의 생산량을 늘리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23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LCD 불황으로 회사가 2010년부터 역성장했지만 주주들의 이번 결정으로 수출용 LCD 기판유리와 고릴라글라스를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과 코닝 측은 4000여명의 삼성코닝 임직원 고용을 보장하고, 삼성 계열사로의 전환 배치를 원하면 2개월 내 신청을 받아 보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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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백기사’ 될까

삼성과 코닝의 협력관계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코닝 지분 확보로 그동안 협력하지 않았던 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닝은 강화유리, 광섬유, 세라믹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다. 당장 고릴라글라스와 관련된 합작 사업이 가능하다.

삼성은 다만 코닝의 경영엔 참여하지 않는다. 양사 계약서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018년 이전에는 이사회 등에 참여하거나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앞으로 20년간 코닝 지분 9% 이상을 살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렸다. 코닝도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지배구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코닝이 앞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 상호 지분을 보유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경영권엔 간섭하지 않되, 비상시엔 ‘백기사’가 돼 현재 경영진을 방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닝은 사모펀드 등 800여개 펀드가 가진 지분이 74%에 달하는 회사로 오너십이 명확하지 않다”며 “상호 지분 보유 등 전략적 제휴는 고려한 바 없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