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서 유조선 마리우글랜드가 지난 10일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 중인 스테나폴라리스를 따라 항해하고 있다. 마리우글랜드는 스테나폴라리스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북극해에서 유조선 마리우글랜드가 지난 10일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 중인 스테나폴라리스를 따라 항해하고 있다. 마리우글랜드는 스테나폴라리스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북극항로 시범운항 성공] 기존 항로보다 7000km 줄어 운항 13일 단축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통해 약 1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화주인 여천NCC로부터 운임 150만달러를 받아 북극항로 통행료와 유류비, 인건비 등으로 140만달러를 지출해 10만달러 정도를 남긴 것. 전기정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국장은 “러시아 쇄빙(碎氷)선 도착 지연으로 운항 일수가 5일 정도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북극항로가 경제성 측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상으로 약 7000㎞ 줄어들고, 운항 일수는 13일 정도 단축된다. 업계에 따르면 6만5000t급 유조선이 경제속력인 12노트로 운행하면 기름을 하루에 33t(1t에 약 600달러)가량 사용한다. 운항 일수가 13일 줄어들면 유류비로만 25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선원 인건비와 용선료도 아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 마린에서 빌린 내빙(耐氷)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는 러시아를 출항한 지 35일 만에 광양항 사포부두에 도착했다. 경제속력(12노트)으로 기존의 수에즈운하를 경유할 경우(거리 2만2576㎞)엔 42.4일이 걸리지만 북극항로(NSR:거리 1만5538㎞)를 이용하면 29.2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이번 운항에서는 결빙 구간에서 러시아 쇄빙선 도착이 늦어져 운항 일수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예상보다 유류비가 10% 정도 더 들었다고 해수부 측은 설명했다.

스테나폴라리스가 지난 5일 북극해 뉴시베리아섬 인근 해상에서 멈춰선 채 쇄빙선을 기다리는 도중 선원들이 해빙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스테나폴라리스가 지난 5일 북극해 뉴시베리아섬 인근 해상에서 멈춰선 채 쇄빙선을 기다리는 도중 선원들이 해빙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남청도 해양대 교수는 “북극해 한가운데서 1300여㎞의 해빙구간을 두 대의 쇄빙선과 아이스파일럿의 안내를 받아 항해하다 보니 예상보다 시일이 더 걸렸다”며 “6척에 불과한 쇄빙선 수를 늘린다면 북극항로 이동 시간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북극항로 통행료와 쇄빙선 이용료로 러시아 측에 2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료는 선사마다 다르지만 이번에는 t당 5달러(총 4만5000t)를 냈다. 또 얼음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아 보험료도 추가로 지급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이번에 경제성이 입증된 만큼 원유 등 에너지 수송을 중심으로 북극항로 운항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며 “내년엔 중국과 일본에 들어가는 화물까지 받아서 적극적으로 북극항로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범 운항을 시작으로 국내 선사들의 북극항로 진출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