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한도 협상 극적 타결] '빈손' 공화당…2014년 총선 어쩌나
“우리는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갖고 싸웠다.”(켈리 에이요트 뉴햄프셔주 상원의원) “내년 부채한도 협상에서 싸울 무기가 약화됐다.”(토머스 매시 켄터키주 하원의원)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원이 디폴트(채무불이행) 해소를 위한 협상안 가결을 발표할 무렵 하원 빌딩에 모인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선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승자 없는 게임이었다고 하지만 공화당의 완패가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폐쇄)과 국가 디폴트라는 2개의 카드를 볼모로 잡고 ‘오바마케어’와 예산 삭감을 밀어붙였지만 어느 것 하나 얻은 게 없다.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공화당 지지율은 24%로 주저앉아 1989년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당내에서는 ‘정치적 참사’라는 자평이 나오고, 내년 중간선거 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은 1995~1996년 셧다운 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보수유권자 단체인 ‘티파티’를 등에 업은 공화당의 급진 보수파 의원들이 처음에는 명성을 날리긴 했으나 결국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보수파 의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오바마케어 폐기’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게 ‘패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230명이 넘는 공화당 의원들을 대표하면서도 45명의 강경세력에 질질 끌려다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이 전열을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따라 내년 초 예산안 및 부채한도 협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초당적 타협정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셧다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37%(AP통신), 43%(갤럽) 등으로 나왔다. 이는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상원에서 막판 협상을 이끌어낸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73·네바다)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71·켄터키)가 주목받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를 대표하는 하원 의장이 풀지 못한 난제를 오랜 경륜의 두 노장이 풀어낸 셈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