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1인 제조업 시대 온다"
“삼성이나 소니 같은 대기업들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혁신)’을 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겠지만, 기존의 폐쇄적 사업방식을 고수한다면 어려워질 수 있다.”

‘롱테일(Long Tail) 경제학’ 주창자인 크리스 앤더슨 3D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집에서 제조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롱테일 경제학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소수의 히트상품 영향력은 줄어드는 대신 다품종 소량 생산된 비주류, 틈새 상품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패러다임을 말한다. 앤더슨 CEO는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메모리솔루션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앤더슨 CEO는 최근 책 ‘메이커스(makers)’에서 “소비자들이 인터넷 지식을 활용해 직접 제품을 설계하고 3차원(3D) 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든 뒤 중국이나 인도의 수많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개인제조업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매는 이베이 등을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쇼핑몰을 할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제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앤더슨 CEO는 따라서 “기존의 대기업들도 살아남으려면 뛰어난 개인기업가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협력해 제품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개인제조업 시대는 언제쯤 본격화될까. 앤더슨 CEO는 “처음 PC나 웹이 발명됐을 때 언제 메인 스트림이 될지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며 “다만 PC나 웹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했지만 개인제조업에 필요한 인프라는 이미 다 있는 만큼 예상보다 빨리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소비재부터 이 같은 혁신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앤더슨 CEO는 “이 같은 시대에는 (삼성 등이 만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종 부품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09년 3D로보틱스를 창업해 무인비행기(드론)를 싼값에 만들 수 있는 것도 성능 좋고 값싼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부품이 창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3D로보틱스는 간단히 조립할 수 있는 소형 드론을 최저 500달러 수준에 팔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식 혁신 또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등 대기업이 지배하던 드론 시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앤더슨 CEO는 2006년 ‘상위 20%가 매출 80%를 만든다’는 기존의 파레토법칙에 반하는 ‘80%의 하위가 상위 20%보다 큰 가치를 만든다’는 롱테일 법칙을 주장, 주목받아온 경영자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과학잡지 네이처 및 사이언스, IT미디어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냈다. 미 조지워싱턴대에서 물리학, UC버클리대에서 양자역학과 과학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