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파머·핸슨·실러 교수 공동수상

파머, 시카고학파 대표주자…정부의 시장 개입 반대
핸슨, 주식 등 위험자산의 상대적 고수익 증명
실러, 2008년 금융위기전 美 부동산 버블 경고
주식·채권 등 장기 가격 예측…인덱스펀드 이론적 기초 제공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의 연구에 정통한 3명의 재무(파이낸스) 전공 경제학자들이 차지했다. 미국 시카고대의 유진 파머 교수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그 주인공.

이들 3명 모두 자산가격 결정 요인을 실증적으로 연구했지만 파머는 ‘인간의 합리성’에 기반을 둔 반면 실러 교수는 시장의 ‘비이성적’인 측면과 행태에 주목했다. 핸슨 교수는 자산 가격 책정과 관련된 이론을 실험하는 데 필요한 통계학적 방법을 제시했다.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인철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교수)은 “경제학상이지만 경영학의 한 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학자들에게 노벨상의 영예가 돌아갔다”며 “특히 파머 교수는 파이낸스의 대부 격”이라고 말했다.

파머 교수는 ‘효율적 시장이론’의 주창자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일관되게 반대한다. 1964년 그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효율적 시장이론’은 투자자들이 모든 정보에 대해 해석이 가능하고,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 시장이라면 주가는 이 모든 것을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주가는 시장의 모든 사실을 이미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 투자자와 초보자, 원숭이 등 세 그룹이 추천한 주식 종목에 투자한 결과, 수익률에서 원숭이가 1등을 차지했다는 유럽판 월스트리트저널(WSJE)의 보도는 파머 교수의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따라서 한 종목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이론’은 그의 손에서 완성돼 월가를 사로잡았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유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파머 교수와 함께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 중인 핸슨 교수는 1982년 ‘GMM(Generalized Method of Moments·일반적률추정법)’을 개발한 계량분석학자다.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자산평가이론들을 실증할 수 있는 통계적 모델을 고안했다. 이 모델을 통해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고 측정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특히 그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미국 국채나 금 같은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경기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만든 ‘케이스 실러지수’는 주택시장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그는 파머 교수와는 반대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주식이나 주택 등 자산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합리적인 인간에 의해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합리적 기대가설’에 반기를 든 것이다. 2000년 초 ‘닷컴 버블’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점에는 ‘비이성적 과열’이란 책을 발간하며 주가 폭락이 머지않았음을 경고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국에도 몇 번 방문했던 실러 교수는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논쟁에 대해 “중소기업에 가혹한 환경을 제공하는 대기업은 문제지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봐서도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정환/김유미/노경목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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