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신흥국간 갈등…한국, 조정자 입지 굳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의장국을 맡았던 주요 20개국(G20) 활동이 이번 10월 워싱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G20회의는 연초 아베노믹스를 축으로 한 환율갈등과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선진국-신흥국간 갈등이 나타났고 협의를 통해 그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밟았다.

우리나라는 갈등의 골을 메우는 조정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도화선이 됐지만, 일본이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며 엔화 절하를 노골화하면서 격화됐다.

이 때문에 G20은 2월 모스크바 회의에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 '환율을 경쟁적 목적을 위한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그러나 4월 워싱턴 회의가 G20이 일본은행의 과감한 돈 풀기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분위기로 마무리되면서 엔화가치는 하락세를 굳혔다.

설상가상으로 5월 초 엔화가 2009년 이후 4년 만에 달러 당 100엔을 상향 돌파했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던 한국 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수출기업 지원대책을 내놓는 등 분주하게 대응했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7월 모스크바 회의 무렵 경제 여건이 달라지면서 아베노믹스 등 환율 갈등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이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신흥국에 들어왔던 선진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였다.

이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흥국에 전이된 부정적 파급효과가 다시 선진국으로 번지는 '역 파급효과(reverse spillover)'를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성급한 출구전략은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쳐 세계 경제가 다 같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공감을 얻었다.

이번 10월 워싱턴 회의에선 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참가국들은 세계 경제가 과도기적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했다.

선진국 경제는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일부 신흥국에선 쌍둥이 적자(재정적자, 경상적자)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는 등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현 부총리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시간문제인 만큼 각국이 경제 체질을 개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국제 사회의 '파수꾼(watchdog)' 역할을 자처했다.

지역금융안전망(RFA) 강화 등 모든 국가가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슈에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오는 12월 서울에서 RFA 관련 콘퍼런스를 열기로 해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