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부도 위기로 내몰린 지난달 말 이후 동양자산운용 펀드에서 1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감독 당국은 동양 계열사 주가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정황을 조사 중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동양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공모펀드(ETF 포함)에서 총 1조1389억원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유입된 금액은 559억원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1조833억원이 순유출됐다.

동양자산운용의 펀드 순자산총액은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17일 3조383억원에서 이달 7일 1조9589억원으로 1조794억원(35.5%) 줄었다. 동양자산운용 펀드에는 동양 계열사 자산이 편입돼 있지 않고, 고객 자산은 은행 등에 별도 보관돼 있어 안전하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대거 이탈한 결과다.

금융감독 당국의 동양그룹 조사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쪽으로 확대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동양 계열사 매각이나 법정관리 신청 여부와 관련한 미확인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동양 계열사 주가가 지난 9월 한 달간 변칙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동양 계열사 주가, 거래량 등 특이점을 전반적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특정 거래내역이 필요하면 콤팩트하게 집어서 거래소에 관련 데이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600여명이 요청한 국민검사청구가 받아들여질지도 관심이다. 금감원은 원내에 설치된 국민검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