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에 있는 종로플레이스 14층이다.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에 있던 웅진홀딩스 본사 건물을 지난 7월 이곳으로 옮겼다. 웅진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게 ‘터가 좋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한다. 본사를 옮겨서라도 그룹을 회생시켜야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요즘도 거의 매일 회사(웅진홀딩스)로 출근한다. 법정관리인인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와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천신 상무 등을 만나 그룹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비해서는 짧아졌다. 법정관리인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찾아오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

윤 회장은 기자의 거듭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2일 회사로 무작정 찾아가 1층에서 7시간가량 기다렸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 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 같았다. 윤 회장은 이날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당시 자신을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몰아간 일부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컸다. 검찰이 8월 기업어음(CP) 사기발행 등의 혐의로 윤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뒤로는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인들에 따르면 윤 회장은 1년간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도 개인 비리가 일절 없었고, CP를 발행한 돈을 채무상환에 전부 쓴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수천억원의 개인 재산도 회사에 집어넣었다. 윤 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기소된 것은 검찰도 이 부분을 인정해준 것으로 윤 회장은 보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은 두 아들 형덕과 새봄씨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자식에게 이미 증여한 지분을 담보로 기업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은 개인적으로 보유한 웅진식품 및 웅진케미칼 지분을 판 돈의 대부분을 웅진홀딩스 지분 매입에 쓸 예정이다.

윤 회장의 취미는 바둑과 골프다. 바둑은 윤 회장에게는 ‘취미 이상’이다. 머리가 아프고 복잡할 때면 기원을 찾아 바둑을 두곤 한다. 그러면서 재기(再起)에 대한 꿈과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한 지인은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뒤 새로 할 사업을 벌써부터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재기에 나설 시점은 내년 초일 것이라는 얘기가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장남 형덕씨와 차남 새봄씨가 주축이 된 ‘2세 경영’을 측면 지원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