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株 빅사이클 진입"
반도체주들이 날개를 달았다.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쉬어가는 분위기지만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공장 화재 소식에 2만7100원까지 밀렸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이후 3만원대를 회복한 뒤 지난 2일에는 3만115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6월 전고점(3만2650원)과의 격차는 5%도 되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 4일 이후 한 달간 외국인은 6403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사고 이후 공급 부족 우려로 D램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때문이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이 증산에 나서지 않고 있어 D램 가격 강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신제품들의 판매 호조로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7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수기인 4분기에는 이익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9068억원으로 감소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 강세가 두드러진다. 패키징 전문업체인 피에스케이 주가는 지난달 이후 30.6%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테스(25.3%)와 원익IPS(18.9%)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방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4분기부터 장비 발주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3D 낸드 공정 전환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교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장비산업은 대규모 수주가 1년 이상 지속되는 ‘빅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반도체 장비주 실적은 3분기 이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원익IPS는 3분기 영업이익이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망됐다. 유진테크 역시 이익증가율이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설비투자의 수혜는 기술력을 갖춘 대표 장비업체들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상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세공정으로 옮겨갈수록 증착장비나 식각액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며 “관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