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나폴라리스호가 1일 새벽 원자력 쇄빙선 타이미르호의 안내를 받아 해빙을 헤치며 마티슨해협을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스테나폴라리스호가 1일 새벽 원자력 쇄빙선 타이미르호의 안내를 받아 해빙을 헤치며 마티슨해협을 지나가고 있다.    신경훈 기자
“얼음이 나타났다!” 1일 새벽,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당직항해사였다. 카메라를 들고 브리지로 뛰어 올라갔다.

항해 15일째. 애타게 기다리던 해빙(海氷)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나폴라리스는 북극해 마티슨해협에서 원자력 쇄빙선 타이미르의 안내를 받아 북극해를 하얗게 덮은 유빙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타이미르는 시속 18~19㎞ 정도의 속도로 수면 위를 얇고 넓게 덮고 있는 얼음판을 가르며 길을 열어 주었다. 니콜렌코 세르게이 아이스파일럿은 “지금 우리가 헤치고 나가는 해빙은 북극해 표면의 얼음을 5단계로 나눌 때 가장 얇은 1단계 수준”이라며 “바다 표면이 두께 30㎝ 이하의 얼음들로 덮여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스테나폴라리스의 뒤에는 또 다른 유조선 모리스빌키스키가 따라오고 있다. 1대의 쇄빙선이 2척의 선박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패트릭 스반 스테나해운 매니저는 “앞으로 북동항로 운항이 늘어나면 더 많은 쇄빙선이 필요할 것”이라며 “쇄빙선을 앞세우는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최근엔 쇄빙유조선, 쇄빙컨테이너선, 셔틀쇄빙LNG선 등 쇄빙선의 기능을 함께 갖춘 선박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동항로가 활성화될 경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복합 기능을 가진 배를 사용하는 게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는 최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유조선을 운영 중이다.

신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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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쇄빙선은 1864년 제작된 ‘파일럿호’였다. 증기 엔진을 달고 북극해를 탐험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선박은 선체 앞부분을 들어 올렸다 내리며 얼음을 눌러 깨는 구조를 가졌다. 남청도 해양대 교수는 “유빙 사이를 항해하기 좋게 만든 프람호는 당시로선 성능이 좋은 편이어서 비록 북극은 정복하지 못했지만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테나폴라리스 선상=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