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이어 삼성SDS는 삼성SNS 합병
핵심 비상장사 2개사 통한 승계구도 구축 '관심'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계속 매입


삼성그룹이 계열사간 사업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산업계는 삼성그룹 계열사간 진행되는 사업 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핵심 비상장사인 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통해 3세 승계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인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계속되는 계열사간 사업 조정
27일 삼성SDS의 삼성SNS 합병 발표도 지난 23일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와 마찬가지로 전격적이었다.

삼성SDS는 공시를 통해 삼성SNS의 합병을 밝혔다.

삼성SNS는 1993년 설립된 통신망구축 및 홈네트워크전문 기업으로 작년에 매출 5천124억원, 세전영업이익 511억원을 올렸다.

삼성그룹 계열사로서는 매출 및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는 않다.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5.69%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삼성전자가 35.47%를 가지고 있다.

삼성SDS는 이번 합병에 대해 사업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확대를 들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재계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와 마찬가지로 그룹차원에서 그린 큰 그림에 따른 합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주 발표된 두 건의 인수·합병 결정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인수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까지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아예 없었으나 하반기 들어 계속 지분을 사들인 끝에 현재 지분율이 1.82%로 올랐다.

삼성그룹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삼성그룹내 건설계열사 합병설 등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어 향후 의사결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 그룹 승계 작업 진행중?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에 대해 삼성측은 사업영역 조정일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룹 후계구도와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기업분할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에게 나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흡수한 뒤 기업분할을 해 3남매에게 특화된 부분을 물려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제일모직 지분이 거의 없는 이서현 부사장은 기업분할 뒤에는 패션사업을 하게될 회사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도 이런 관점에서 관심을 끈다.

현재 삼성SDS의 지분은 삼성전자(21.87%), 삼성물산(18.29%), 삼성전기(8.44%)외에 이재용 부회장이 8.8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4.18%씩을 가지고 있다.

삼성SDS가 이재용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가진 삼성SNS를 합병함으로써 이 부회장은 SDS의 지분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을 거쳐 에버랜드와 SDS의 덩치가 커지게 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분을 확보해 주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면서 "삼성그룹 계열사간 사업 양수도 및 합병도 이런 의도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S는 작년기준 내부거래비율이 72.5%에 이를 정도로 높아 삼성SNS를 합병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패션사업을 인수하더라도 당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는 어렵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 세금은 세금대로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