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힌 환헤지 옵션상품 키코(KIKO)가 불공정한 상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키코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 4곳이 “불공정한 키코 계약에 따라 입은 피해액을 배상하라”며 우리·씨티·하나·SC은행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에 대해 각각 원고 패소 및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삼코와 모나미에는 각각 원고 일부 승소와 원고 패소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계약 체결 당시 기준으로 불공정하지 않다면 사후 외부 환경 급변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고 이익이 상대방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구조라고 해서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 -out)의 약자로 환헤지를 위해 설계된 파생금융 상품이다.

미리 정한 범위 내에서 환율이 움직일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되팔 수 있어 위험을 헤지할 수 있으나, 그 이상 환율이 오를 경우 계약한 외화의 두 배 이상을 구입해 갚아야 해 손실이 무한정으로 커질 수 있다.

앞서 수산중공업은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세신정밀은 1, 2심에서 모두 신한은행이 피해액의 3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모나미는 SC은행을 상대로 1심은 패소했지만 2심에서 피해액 20% 배상 판결을 받았다. 삼코는 2심에서 원고 패소 판정을 받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