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양한 속담과 관용구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투자활성화복’이라고 이름 붙인 붉은색 상의를 입은 채 회의를 진행했고, 특유의 비유법을 활용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과잉규제 논란이 일었던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문제를 지적하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장을 인용했다. 박 대통령은 “취지가 좋아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소홀하면 결과적으로 악법이 될 수 있다”며 “좋은 취지가 시행 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화관법과 화평법 등 일부 환경규제가 의원입법으로 진행되면서 관계 부처나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의원 입법안에 정부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국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수산식품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할 땐 모든 것은 변한다는 뜻을 가진 ‘이랑이 고랑이 되고, 고랑이 이랑 된다’는 속담을 활용했다. 지금까지는 농수산식품 분야를 보호해야 하는 산업으로 인식했지만 앞으로는 수출 산업으로 키우자는 의미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 속담을 거론한 뒤 “우리가 농수산업이 열등하다, 보호받아야 한다는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짓는 것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일자리 창출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손가락만 빨지 말고 무언가 하려고 하는 게 열정”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단지 혁신과 관련해 “생산 따로 연구개발(R&D) 따로의 방식은 곤란하다”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이 둘을 꿰어야 융복합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외 다른 참석자들도 우스갯소리를 활용해 화기애애한 회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오석 부총리가 “여당의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입법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하자,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경제활성화에 대해서는 여당도 주역”이라며 “대통령께서 붉은색 옷을 입었듯이 나도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오지 않았냐”고 화답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