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17~18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해 기준금리 조정과 구두개입 등을 동원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늦춰지면서 신흥국이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터키 중앙은행은 FOMC 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긴급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REPO) 7일물 금리를 4.5%로 동결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에서 “적정 수준의 물가 관리와 리라화 가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 대비 약 11% 하락했다.

FOMC 회의가 끝난 직후인 20일엔 인도 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라구람 라잔 신임 RBI 총재는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7.5%로 상향 조정했다. 라잔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우리가 더욱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범위로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도의 지난 8월 도매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 올랐다. 당초 시장 예상치는 5.7% 상승이었다. 인도 언론들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미국의 갑작스러운 양적완화 유지 결정에 따른 루피화 가치 급등락을 막기 위한 대응책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20일 “앞으로 수개월간 바트화 가치가 미국 경제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건 피할 수 없을 것이며 추가적인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 금융사들과 개인투자자들이 과도한 외환거래에 노출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는 지난 20일 각각 1.85%, 1.86% 하락했다. 다만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말 달러당 68.8루피까지 떨어졌던 인도 루피화 가치는 20일 달러당 62.2루피에 거래됐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