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얼룩진 한수원…신임 사장에 조석 前차관 "한수원 개혁,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17일 원전 비리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수원을 개혁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된 조석 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56·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수원은 이날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조 전 차관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김균섭 전 사장이 지난 6월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 원전에 불량부품이 설치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3개월 만이다.

조 신임 사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주리주립대 대학원과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원전사업기획단장, 에너지정책기획관,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정책관, 성장장동력실장 등을 지냈다. 2011년 8월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4개월 만에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쌓아온 정책 경험을 인정받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공직에 있으면서 특히 에너지 이슈를 둘러싼 갈등을 관리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자부 원전산업기획단장 시절인 2004년 19년 동안 끌어온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문제를 해결했다.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해 경북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한 것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그는 또 에너지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하지만 조 신임 사장이 이끌 한수원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전 비리가 만연한 한수원을 총제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땅에 떨어진 원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그가 떠안은 과제다.

조 신임 사장은 이날 임시주총 직후 “주총 통과 소식을 듣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수원의 개혁 복안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르면 23일 대통령 임명을 받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3년이다.

앞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6일 한수원 사장 후보로 조 전 차관과 박기연 삼성물산 고문(64)을 압축했다. 한수원은 김 전 사장 면직 이후 사장 후보를 공모했다가 백지화한 뒤 지난달 재공모를 진행하는 등 사장 선임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