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택 사장 "추석 고향길보다 개성길이 더 설렙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동양다이캐스팅 직원들은 이번 추석에도 3만원대 참치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큰 선물은 아니지만 회사 직원들은 요즘 들떠 있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개성에서는 250명이 일하고 있다. 남동공장 근로자 80명보다 세 배나 많다.

오경택 사장(59·사진)도 마찬가지다. 오 사장은 “고향 가는 것보다 기쁘다”며 “이번 추석은 26년 동안 사업하면서 맞는 가장 기쁜 명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급작스러운 개성공장 가동 중단 이후 5개월여간 동양다이캐스팅 임직원의 가슴은 숯덩이로 변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33세 때인 1987년 이 회사를 창업한 오 사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 겪었지만 지난봄과 여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했다. 성격이 낙천적인 그는 일단 회사에 출근하면 일절 내색하지 않았지만 침대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회사가 개성에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아연이나 알루미늄을 녹여 틀에 부은 뒤 표면을 매끄럽게 가공해 전자부품,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기초 가공작업의 상당 부분을 개성공단에서 처리해왔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 작업이 중단됐다. 급한 대로 반제품을 다른 회사에서 가공해 완제품으로 다듬었다. 금형을 3억원어치나 새로 팠다. 설비를 증설해야 했다. 촉박한 수출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배편 대신 운임이 훨씬 비싼 비행기로 실어날랐다.

오 사장은 “개성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액이 30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200여억원인 이 회사 작년 매출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그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고 남북 양측의 대화 통로마저 막히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임에 들어가 ‘개성공단을 살리자’며 앞장서 구호를 외쳤다. 각계에 탄원서를 보냈고, 18개 업체로 구성된 인천지역 개성공단협의회에 참석해 대책 마련을 주도했다. 수출과 영업 생산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오 사장은 “개성에 투자한 기업인 대부분은 개성공장이 인생의 전부”라고 말했다. 평생 모은 돈을 거의 대부분 개성에 쏟아부었을 뿐 아니라 국내 근로자의 3~5배가량 많은 인력을 고용하면서 주력 생산기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인은 “개성공단은 끝났다”며 동남아 생산기지를 알아보거나 국내에 새 공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실의에 빠진 다른 기업인들에게 “개성공장 문은 반드시 열린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오 사장이 힘든 시절을 버틸 수 있던 데에는 발주업체인 대기업의 배려, 관련 기관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오 사장은 “몇몇 대기업은 자금난을 덜 수 있도록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주고 납품 기일을 연장해줬다”고 말했다. 인천시를 비롯해 수출입은행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 지원도 이어졌다. 이들 기관의 지원액은 25억원에 이른다.

그는 추석 연휴가 끝나는 23일 개성공장을 본격 재가동할 계획이다. 전기로를 다시 켜고 설비를 최종 점검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다시 돌리면 가장 먼저 근로자들을 한 사람씩 안아주고 등도 두드려줄 생각이다. 북한 노동자이기에 앞서 동양다이캐스팅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남동산업단지=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