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놀리면서 국내기업 '접근 금지'
지난 13일 찾은 인천시 청라지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한적했다. 이곳은 2003년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지정한 첫 경제자유구역이다. 총 14만8000㎡의 부지에 글로벌 금융기업과 관광·레저, 연구개발(R&D), 부품·소재 관련 외국 기업을 유치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10년째 개발 중이다. 그러나 청라지구의 현재 모습은 장밋빛 청사진과 거리가 멀다. 번듯한 외국 기업 빌딩이나 공장은 찾아볼 수 없다. 10년 동안 들어선 것은 한국GM의 테크센터·주행성능시험장뿐이다.

땅 놀리면서 국내기업 '접근 금지'
경제자유구역이 겉돌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지정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 101개 지구 중 원안대로 개발을 마친 곳은 20개 지구에 불과하다.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줘도 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외국투자기업(외투기업)에만 주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국내 기업에도 주는 대책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재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7월3일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국내 기업에도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내용으로 경제자유구역특별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외투기업 및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합작사에 최대 7년간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하고 국·공유지를 최장 50년간 싸게 임대해주는 혜택을 국내 기업에도 동등하게 제공해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달 초 산업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기획재정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성진 산업부 경제자유구역단장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을 먼저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요구했는데 기재부에서 세수 부족 및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나친 ‘국내 기업 역차별’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이 없어 경제자유구역이 텅텅 비어 있는데 국내 기업을 차별 대우하는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은 수도권 입지 규제 탓에 공장 신·증설에 어려움을 겪는데 외국 기업에만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좋은 부지에 세제 혜택까지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재계는 경제자유구역 외에도 국내 기업을 겨냥한 역차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데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공공조달시장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국내 기업에는 규제를 강화하면서 외국 기업만 이득을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