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수 랠리…추석 고향가기 전 팔 종목과 살 종목은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16일 연속으로 7조원 가까이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지수는 3개월여 만에 2000포인트를 재탈환하는 등 증시에선 연일 ‘축포’가 터졌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고민도 동시에 커졌다. 2011년 이후 지수 2000을 넘은 구간이 6차례 있었지만, 모두 2000 언저리를 ‘정점’으로 하락했던 쓰디쓴 학습효과 때문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기간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 여부와 규모, 시기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고민의 강도가 더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자금은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투자 성격의 미국계 자금이 많은 만큼, 전반적으로 상승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추석연휴 기간 이후에도 경기를 반영하면서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대형 경기민감주 위주 투자가 적합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민 깊어지는 개인투자자

외국인 매수 랠리…추석 고향가기 전 팔 종목과 살 종목은
최근의 펀드 대량환매 상황을 살펴보면 일단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랠리 때 차익 실현이나 원금 회복을 위해 주식을 내던졌다. 아직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도 추석 전에 정리를 해야할지, 더 보유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미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투자자도 돈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주식시장에 다시 진입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랠리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4조2545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7조84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산 주식 대부분은 개인이 던진 물량이다.

펀드시장에서도 ‘본전’을 찾은 투자자 상당수가 지수 2000을 전후로 대량 환매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넘어선 5일부터 13일까지 자산운용사들은 1조774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 코스피200 인덱스펀드에서는 최근 한 달간 7738억원이 빠져나갔다.

○장기냐, 단기투자냐가 중요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레벨 업’됐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인식을 같이한다. 다만 추석을 전후한 시점까지 코스피지수 2000 안팎에서 외국인 매수세와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과 개인의 매도세 간 ‘줄다리기’가 전개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추석 이전에 보유 주식을 정리하느냐, 계속 가져가느냐의 ‘갈림길’은 투자 목적이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 회의라는 큰 이벤트가 추석과 겹치면서 대응이 힘든 측면이 있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경기 회복이라는 강세 요인에 중점을 두고 경기민감주를 필두로 한 주식 투자를 할 때”라고 말했다. 단기투자자는 양적완화 축소가 부담이 되는 만큼, 보유 주식을 일부 처분해 차익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주가가 상당 부분 오른 게 사실이고 단기간에 강하게 더 끌어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단기 투자자라면 추석 전에 부분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추석 전까지 불안과 기대가 섞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 방향으로 베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유가 있는 주식 보유자라면 FOMC 결과를 보고 매도시점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경기민감주, 단계별 확대 전략

추석 연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할 종목으로 대형 경기민감주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조익재 센터장은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까지 경기가 살아나는 영향이 감지된다”며 “이런 흐름은 가다가 멈출 성격이 아닌 만큼 큰 흐름에서 경기민감주가 좋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큰 틀에선 방어주보다 민감주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며 “일부 밸류에이션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정보기술(IT), 철강 등이 덜 올랐다고 할 수 있고 외국인이 이들 업종을 계속 ‘저가’로 보고 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대형주가 여전히 저평가 메리트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길게 보면 반도체, 자동차, 소재산업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 팀장은 현대차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여전히 좋은 주식으로 꼽았다.

○민감주 내 차별화에도 주목

다만 경기민감주 내 차별화 가능성과 단계적 상승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적고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는 내수소비재와 화학 종목을 추석 전에 줄이는 것이 좋다”며 “특별한 위험요인이 감지되지 않는 은행주와 중국과 유럽의 업황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계, 조선주는 계속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경기민감주라고 추석 이후에도 일괄적으로 다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며 “기대만으로 오르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계단식 상승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와우넷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 이후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소형주에 눈길을 돌린 경우가 많았다. 대형주 쏠림에 가세하기보다는 저평가된 알짜 중소형주 투자가 유망하다는 논리다. 석진욱 대표는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중기저점 수준인 이노칩을, 이성호 소장은 중국 및 동남아 시장 매출 증대가 기대되는 락앤락을 추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