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쟁력 초비상] 힘 빠진 한국 제조업…투자·생산성·인건비 모두 빨간불
미국 일본과 비교한 한국의 제조업이 투자, 생산성, 노동비용 등 핵심 부문의 경쟁력을 잃고 있어 심각하다. 가뜩이나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활성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제조업 부활 드라이브로 한국을 협공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경제민주화 정책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을 옥죄고 있다.

◆열악해진 가격 경쟁력

현대경제연구원은 생산요소 투입이나 가격 경쟁력, 제조업 생산성, 기술 경쟁력, 사업 환경 등에서 한국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일본보다 여전히 열악한 요소가 많아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미·일보다 시간당 임금은 낮지만 3개국 중 가장 높은 단위노동비용지수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져 있다. 미국과 일본의 단위노동비용지수(2002년=100)는 2000년 각각 102.8, 99.1에서 2011년 85.7, 69.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은 93.8에서 101.8로 거꾸로 올라갔다. 1단위를 생산하는 데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간다는 의미다. 생산성에 비해 임금 상승이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실제 부가가치 노동 생산성도 크게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제조업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은 2011년 기준 7만7000달러로 미국(13만3000달러) 일본(10만9000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과학기술 경쟁력 중 하나인 과학인프라 순위도 2000년 이후 미국과 일본이 꾸준히 세계 1위, 2위를 유지했지만 한국은 2010년 4위에서 올해 7위로 떨어졌다. 사업환경에서도 한국의 정부 정책 투명성이나 노동 규제 등이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일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일 정부, 경쟁적 지원

이런 가운데 한국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8분기 연속 미국에 뒤졌고 일본과 격차마저 좁혀지고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다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한국과 미국간 수익성 역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기업 경쟁력 강화정책의 핵심은 세율 인하 등 법인세 개편과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이전 장려, 제조업 혁신 허브 증설, 에너지 기술 개발 등이다.

2011년 일본의 제조업 투자증가율이 한국을 앞지른 것은 2009~2010년 투자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2010년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투자 여력이 증가한 덕분이다. 제조업 투자에 탄력이 붙자 지난 6월 아베 정부는 6대 전략과 37개 과제로 구성된 산업재흥 플랜을 제시했고, 조만간 구체적인 정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성과 개선도 험난

경기가 살아난다 해도 기업 성과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제조업 투자 증가율은 5.4%로 미국(14.1%) 일본(13.3%)보다 크게 둔화됐다. 올 들어서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지출 항목 중 하나인 설비투자 증가율은 작년 2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인 후 1분기 반짝 증가했지만 2분기 또다시 0.2% 감소했다.

원화 절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 경상수지는 GDP의 5%에 달해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100원 아래로 떨어진 반면 엔·달러 환율은 100엔대에 육박했다. 이지홍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엔저에 힘입어 최근 단가를 떨어뜨리는 등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매출 둔화와 수익성 저하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제조업은 경제위기에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일자리 등 파급효과도 크다”며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규제 및 세제 등을 기업 친화적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