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부동산·주식시장 개선…부채·중산층 등 문제
'재앙' 진원지 월가 개혁 지지부진

미국 경제는 리먼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회복 단계에 있다.

리먼사태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하려고 시행했던 양적완화 축소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국 경제는 살아나고 있다.

성장률, 부동산, 실업률 등의 지표는 개선 경로를 밟고 있다.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연방정부 부채와 취약한 고용, 줄어드는 중산층 비중 등 불안이 남아있어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견들도 있다.

올해 내로 이뤄질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특히 재앙의 진원지였던 월스트리트에 대한 미진한 개혁은 제2의 리먼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고 있다.

◇ 양적완화 축소 얘기 나올 정도의 회복세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올해 양적완화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결정했던 그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과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2010년 플러스 성장에 성공했고 2011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성장률은 2.2%였고 올해는 2%대 안팎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올해 초 소득세율 인상과 예산 자동삭감이 성장률에 -1.5%포인트 정도의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고려하면 올해 미국 민간 부문의 실제 성장률은 3%를 넘어서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 7월 7.4%로 떨어졌다.

주택·부동산 시장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도시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지수는 지난 2006년 상반기 고점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6월 이 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12.1% 상승했다.

주택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회복 정도가 아니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했다.

2009년 3월 6,700대로 내려앉았던 다우지수 15,0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민간 부문도 가계 부채 상환과 저금리, 부동산 시장 개선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 구조에서 고무적인 변화가 있다.

임금 정체와 저금리 등으로 해외 진출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 부족
미국 경제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지만 아직 불안 요인은 남아있다.

우선 미국 경제 회복을 견인했던 양적완화가 조만간 축소된다는 점이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호조를 이끌었던 유동성이 사라지고 나서 미국 경제가 현재의 회복세를 유지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용시장의 회복세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적 착시라는 지적이 있다.

명목 실업률 하락은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취업이 어려워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늘어난 일자리의 질도 떨어졌다.

저금임 일자리가 주로 늘어났고 실질 임금은 감소했다.

아네 칼레베르그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대부문 시간제로 운영되는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소비를 이끌 중산층의 몰락도 미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중산층 비중은 지난 2001년 54%에서 2011년 51%로 줄었다.

같은 기간에 중산층 가구의 평균 소득은 4.8% 감소했다.

미국에 신용등급 강등의 불명예를 안겨준 연방 정부의 부채 역시 시한폭탄이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라고 촉구했다.

공화당이 내년 연방 예산 감축과 연계할 가능성이 커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정신 못 차린 월스트리트
더 큰 문제는 재앙의 진원지인 월스트리트에 대한 개혁 부진이다.

리먼사태 이후 추진된 미국 정부의 금융 개혁은 월스트리트의 로비와 반발에 밀려 주춤하고 있다.

개혁 법안 중 60%는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대표적인 개혁 법안 중 하나인 볼커룰은 시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볼커룰은 은행이 자기 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감독 강화 방안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민 혈세로 살아난 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은 고액 연봉 잔치를 계속 했고 이는 상위 1%에 대한 나머지 99%의 투쟁을 외치는 월가 점령 시위를 불러왔다.

미국 언론들은 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규제 대상으로 전락한 월스트리트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금융 위기 당시 미국 금융사들에 대한 구제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헨리 폴슨 미국 전 재무장관은 최근 "금융위기 직후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임원들에게 고액 연봉을 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위기 재발 방지 대책이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충격은 과거보다 더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