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韓流' 베트남을 가다] "한국기업 전용공단 설립할 것"
“베트남에도 한국의 대학과 어학원이 필요하다.”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산하 해외투자청(FIA) 응우옌바꾸옹 국장(사진)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외 교육기관이 베트남에 투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응우옌 국장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첨단기술과 관련한 투자는 부족한 편”이라며 “이런 부분을 한국이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다른 정보기술(IT) 업체와 의학 및 자동차 업체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첨단기술을 전수받으려면 먼저 한국의 대학 같은 글로벌 교육기관을 베트남에 유치해야 한다”며 “베트남은 한국의 직업센터나 기술전문학교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업뿐 아니라 농업과 어업 부문의 신기술도 유심히 보고 있다”며 농수산물 가공과 영농 컨설팅 등을 대표적 관심 분야로 꼽았다.

한국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 전용 공단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내 전용 공단을 두고 있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한국 전용 공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엔 일본이 베트남에 가장 많은 56억달러를 투자했으며 대만(27억달러)과 싱가포르(19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13억달러를 투자해 4위에 올랐으며 신규 투자 건수 면에서는 일본(317건)에 이어 2위(277건)를 기록했다.

응우옌 국장은 “삼성전자가 있는 박닌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우옌성 옌빙 지역이 한국 전용 공단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에 관심을 갖길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에서는 공단 주변의 도로와 상하수도 시설 등을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책임지지만 베트남에서는 대부분의 인프라 구축이 해당 기업의 몫이다.

그는 “베트남에 들어온 한국 기업들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수출도 늘려 베트남 국민들이 좋아한다”며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베트남의 정치·사회적 환경이 안정적이고 경제가 계속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응우옌 국장은 한국 기업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투자 성향에 대해서는 “일본은 베트남의 자원개발 쪽에 투자를 많이 하는 반면 한국은 제조업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들의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에 대해선 “베트남 증시엔 미국 자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기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