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무역적자 베트남…"삼성 덕에 흑자 났어요"
“하노이 시장 얼굴은 몰라도 삼성전자 법인장 얼굴은 알아요.”

지난달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부득탕 씨. 부씨는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장(유영복 전무)을 TV 프로그램에서 하도 많이 봐서 금세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다.

하노이 최대 전자제품 매장인 ‘피코’에서 갤럭시 휴대폰을 살펴보던 옌티구 씨(여)도 “갤럭시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의 본국인 한국 여성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하니 베트남인들이 무척 반가워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갤럭시 휴대폰은 베트남 최대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은 전년보다 18%가량 증가한 1146억달러였다. 이 중 126억달러를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수출했다.

삼성 휴대폰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1%를 차지했다. 단일 기업으로 1위다. 1999년 이후 20년간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베트남이 지난해 8억달러 흑자로 전환한 데는 삼성 휴대폰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 제조업 수출 신화가 베트남에서 재현되고 있다. 박닝성 옌퐁공단에 있는 삼성전자 1공장에 이어 내년 타이응우옌성 옌빙에서 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중장기적으로 베트남 수출의 40%를 삼성이 담당할 전망이다. 2015년께 LG전자가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15억달러를 들여 생활가전 공장을 완공하면 베트남 수출의 절반 이상을 한국 기업이 떠맡게 된다.

수출뿐 아니라 베트남 내수시장에도 한국 기업이 뿌리내리고 있다. 롯데는 1998년 베트남에 첫 해외 매장을 낸 뒤 해외 기업 중 가장 많은 141개 매장을 두고 있다.

CJ도 10개 상영관을 설립해 베트남 엔터테인먼트산업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경남기업이 2011년 3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72층(346m)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지은 데 이어 롯데가 내년 상반기 하노이 중심가에 64층 규모의 복합 쇼핑몰을 완공한다.

한국 정부도 1995년 이후 전체 유상 원조의 23%가량인 9조4000억원을 베트남에 제공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인들은 양국 간 우호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7~11일)을 계기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 간 신뢰가 굳건해지면 한국 수출 전초기지로서 베트남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노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