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에스코트 받아 북극해 통과…운항시간 10일 단축

현대글로비스는 내달 중순 한국 국적 선사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화물 수송에 나선다고 29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여천NCC가 러시아 노바텍으로부터 수입하는 나프타 3만7천t을 다음 달 15일 러시아 발트해 인근 우스트루가항에서 내빙(耐氷)선에 선적한 뒤 북극해를 통과해 10월 중순께 광양항 사포 부두에 도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가 시범운항에 나서는 북극항로는 총 거리 1만5천500㎞와 운항시간 35일이 예상되는 신항로다.

이 중 베링해협을 지나는 4천200㎞의 북극해 구간에서는 러시아 쇄빙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운항하게 된다.

그동안 국적 선사들이 이용한 남방항로는 북유럽 선적항을 출발해 수에즈운하를 거쳐 국내에 도착하는 경로로 평균 거리 2만2천200㎞와 운항시간 45일이 소요됐다.

북극항로 이용 시 운항거리는 6천700㎞, 운항시간은 10일을 단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북극항로 운항은 지난달 해양수산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북극 종합정책 추진 계획'의 북극 비즈니스 모델 발굴로 진행되는 첫 사업 성과란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북극항로 운항은 에너지 자원 등을 수송해온 유럽, 러시아 선사들이 장악해 왔으며 국적 선사들은 북극해를 이용할 내빙선과 운항 노하우가 없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현대글로비스 시범운항 이후 국적 선사들의 북극항로 이용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와 유럽 간 신규 항로 개발과 이에 따른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범운항에는 스웨덴 스테나해운의 내빙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빌려 사용하게 된다.

스테나 폴라리스는 6만5천t급으로 길이 183m, 폭 40m의 제원에 최고 속력 15.5노트(28.7㎞/h)의 석유 제품선이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초 해양수산부, 스테나해운과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시범운항에는 현대글로비스 측 선박 운항사(해기사)가 승선해 북극해 운항 절차와 노하우를 전수해주게 된다.

장기적으로 북극항로 이용이 활성화될 때를 대비해 해운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자체적인 에너지 화물 수송 경쟁력을 확보, 글로벌 해운 역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총 80여 척의 자동차운반선, 벌크선을 주력 선대로 운영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