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ㆍ월세 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ㆍ월세 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 합동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전·월세 부담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8ㆍ28 전ㆍ월세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주택거래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만 쏠리는 바람에 가을철 전세난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장 전세시장 안정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세수요는 더욱 늘어나는데, 3분기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는 작년보다 늘지 않아서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임대주택이 대폭 확대되고, 취득세 인하 등의 대책이 시행되면 전세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전·월세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매매 유도·공공임대 공급 확충

[8·28 전월세 대책] 쓸만한 카드 다 꺼냈지만…"가을 전세대란 불길 잡기엔 역부족"
정부는 전세입자들을 매매시장으로 돌리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풀어서 ‘근로자·서민 구입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대출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고 소득요건(현행 부부합산 연 4500만원→6000만원), 대상 주택(3억원→6억원 이하), 대출한도(1억원→2억원)를 각각 확대한다. 금리도 현행 연 4%에서 연 2.8~3.6%(소득·만기별로 차등화)로 낮춘다.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의 모기지 공급도 확대한다. 올해 21조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내년에는 24조원까지 늘린다.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도 확대한다. 현재는 무주택자가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공제를 해주는데 대상 주택을 기준시가 4억원으로 높인다. 또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1주택자가 집을 바꾸기 위해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다른 주택을 산 경우에도 과세 종료일까지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공제해준다.

임대주택 공급도 확대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연말까지 매입·전세 임대주택 2만3000가구(수도권 1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가을 이사철인 9~10월 8400가구(수도권 4500가구)를 풀어 전·월세난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LH가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주택 2000가구도 다음달부터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서 임대사업자 대출한도(6000만원→1억5000만원)를 확대하고 대출금리(연 5%→2.7~3%)는 낮춰준다. 또 5년 이상 임대 때 6년째부터 장기보유특별 공제율(연 3%→5%)을 확대하고,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의 소득세와 법인세도 20% 감면해 준다.

○세입자 지원 확대

월세 전환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세입자의 월세 소득공제한도(연 300만→500만원)와 공제율(월세지급액의 50%→60%)도 확대된다. 월세로 매달 100만원을 내는 세입자의 경우 소득공제금액이 현재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00만원 늘어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장되는 전세보증금도 최근 전셋값 상승에 맞춰 내년부터 보증금(서울 기준 7500만원→9000만~1억원)과 우선변제금(2500만원→3000만~3400만원)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을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으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보증하는 상품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주택바우처(보조금) 제도를 시행한다. 저소득가구(최저생계비 두 배 이내 소득)의 전세자금 지원 요건도 완화해 수도권의 경우 최대 대출한도가 5600만원에서 8400만원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가을 이후 안정세 보일 수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전세가격을 당장 끌어내리는 ‘직격탄’이 없어서 올 가을 전세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당장 급한 불길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LH 등의 임대주택을 늘리더라도 올가을에 신속하게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은 2만9000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114도 올해부터 2015년까지 수도권 평균 입주 물량은 2만5000가구 수준으로 3만가구를 웃돌던 2011년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곽창석 ERA코리아부동산연구소장은 “전셋값 급등의 피로감이 누적돼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의 불확실성이 많이 가신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 완화의 큰 흐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아 가을 이후부터는 임대시장이 예상과 달리 조기에 안정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수/김보형/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