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6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65인치 울트라HD TV. 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영상이 3D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지난 6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65인치 울트라HD TV. 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영상이 3D처럼 선명하게 보이는 게 특징이다. /LG전자 제공
“우리집 거실이 아이맥스 영화관이 된 기분이에요.”

지난달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순남 씨(37)는 화상전화를 통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CJ헬로비전의 케이블 초고화질(UHD) 방송 시범가구 시청자인 김씨가 방송을 본 소감을 전한 것이다. UHD 방송은 풀HD보다 화질이 네 배 이상 선명하다. 3차원(3D)용 안경을 쓰지 않고도 3D 방송을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체험할 수 있다. 김씨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한 이유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이날 방송회관에서 케이블 UHD 시범방송 개시 행사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이다.

"UHD 방송 우리가 먼저" 케이블·위성 '플랫폼 전쟁' 치열

○케이블 “퍼스트 무버”

한 달 뒤인 지난 16일. 위성방송업체인 KT스카이라이프도 위성 UHD 실험방송 개시 행사를 했다. 한 달 간격으로 UHD 방송 행사가 잇달아 열린 것이다.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방송업계가 차세대 방송 서비스인 UHD 방송을 둘러싸고 치열한 플랫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로선 케이블업계가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상반기 시범서비스를 확대한 뒤 하반기 상용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017년까지 5년간 콘텐츠 등에 72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블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은 올해 1월 케이블 UHD 실험방송을 시작했다. 지난달 17일부터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부산 해운대 지역에서 20여가구를 대상으로 24시간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티브로드도 서울 종로와 중구에서 시범방송을 하고 있다. 씨앤앰 등도 실험방송에 들어갔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UHD 방송에서는 우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강조했다.

케이블업계가 UHD 방송 상용화에 가장 먼저 나설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먼저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함에 따라 남는 주파수 대역을 UHD 방송에 쓸 수 있어서다. 또 UHD 방송에 필요한 방송용 광대역망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추가 설비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블업계는 UHD 시장을 선점해 통신업체들이 운영 중인 인터넷TV(IPTV)에 반격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IPTV업체들은 자본과 마케팅력을 내세워 케이블업계가 장악한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해왔다.

KT스카이라이프는 내년 2분기 위성방송 시청가구를 대상으로 시범방송을 한 뒤 2015년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상용화만 성공하면 바로 UHD 전국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케이블 방송은 지역별로 사업자가 나뉘어져 있지만 위성 방송은 KT스카이라이프 한 사업자가 전국 단위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열차 없인 철로 소용없다”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 4사는 UHD 방송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그러나 케이블 위성 등 유료방송보다 자신들이 먼저 UHD 방송을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상파가 먼저 UHD 방송을 하지 않으면 방송할 UHD 콘텐츠가 거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방송 콘텐츠의 80%가량은 지상파가 제작하고 있다.

최근 미래부가 케이블과 위성 중심으로 UHD 방송 상용 계획을 발표하자 지상파 4사는 미래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미래부가 국내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 없이 UHD 방송 정책을 추진하면 열차 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것”이라며 “지상파가 먼저 UHD 방송에 나서야 UHD 콘텐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했다.

케이블업계는 이런 우려를 반영해 2016년까지 800억원을 들여 UHD 콘텐츠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자신들이 UHD 방송을 제작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UHD 콘텐츠가 국산이 아닌 해외 콘텐츠로 채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현재 UHD 방송에 필요한 주파수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주파수 확보를 위해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라 지난해 말 미래부에 반환한 700㎒ 대역 주파수를 재할당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주파수를 통신업체들은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확산에 따라 폭증하는 데이터 이용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래부는 연말까지 700㎒ 주파수 활용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