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현 부총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 세제개편 수정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의원들의 참석이 저조해 의총장 자리 곳곳이 비어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고개숙인 현 부총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 세제개편 수정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의원들의 참석이 저조해 의총장 자리 곳곳이 비어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정부가 13일 새누리당에 보고한 내년 세법 개정 수정안이 확정되면 올해보다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직장인은 당초 정부안인 434만명(소득 상위 28%)에서 205만명(소득 상위 13%)으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정부가 원래 평균 1만~16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으려고 했던 연봉 3450만~5500만원 직장인 229만명이 아예 증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연봉 5500만원까지는 증세 ‘0원’

[세제개편안 재검토 파장] 연봉 7000만원 넘으면 예정대로 증세…33만~865만원 더 낸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세법 개정 수정안에 따르면 내년에 세 부담이 늘어나는 증세 기준선이 연봉 3450만원에서 연봉 5500만원으로 올라간다. 연봉 5500만원까지는 내년에 세 부담이 전혀 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증세 기준선을 5500만원으로 정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기준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OECD는 중위소득(전체 근로자 중 한가운데 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정의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중산층은 연봉 5500만원까지”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연봉 5500만~7000만원 직장인의 내년 세 부담 증가액을 평균 16만원에서 2만~3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 기준’이 OECD 기준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연봉 7000만원 이상은 세 부담이 원안과 달라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들 계층은 지난 8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대로 올해보다 평균 33만(연봉 7000만~8000만원)~865만원(연봉 3억원 초과)가량 세금이 늘어나게 된다. 이 구간에 속하는 직장인은 모두 110만명으로 전체 직장인(1548만명)의 약 7%다. 때문에 일부에선 당초 ‘소득 상위 28% 증세’를 추진했던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사실상 ‘소득 상위 7% 증세’로 귀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 확대

정부는 중산층 세 부담 경감을 위해 연봉 7000만원 이하 직장인의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높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에 대해선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연봉 5500만~7000만원 직장인은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근로소득세액공제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과세 대상 소득에 소득구간별 세율을 적용해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액을 빼주는 것으로 한도가 높을수록 직장인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일부에서 거론된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율(당초 정부안 15%) 확대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원상회복(10%→15%)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항목을 조정하면 중산층뿐 아니라 고소득층도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세대상 소득 중 일부를 ‘비용’으로 간주해 빼주는 근로소득공제율을 높이는 방안도 막판까지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론 제외했다.

이 같은 세 부담 수정안이 확정되면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연간 4400억원 정도 덜 걷힐 전망이다. 당초 세법 개정을 통해 연간 1조3000억원 정도 증세 효과를 노렸지만 수정안대로라면 증세 효과가 9000억원 안팎에 그치게 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5년간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의 재원 마련을 염두에 두고 세법 개정을 짠 만큼 이처럼 ‘세수 펑크’가 계속되면 대선 공약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메울 뚜렷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기재부는 이날 새누리당 의총에서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 방지,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 등 대기업 위주의 투자지원 제도 정비, 국가 간 정보교환을 통한 역외탈세 방지 강화 등 기존 발표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의 대책만 보고했다.

주용석/이태훈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