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지갑 퍼포먼스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월급생활자의 유리지갑을 털어간다”고 주장하며 ‘유리지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유리지갑 퍼포먼스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9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월급생활자의 유리지갑을 털어간다”고 주장하며 ‘유리지갑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세법개정안이 ‘중산층 세금폭탄’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연 소득 4000만~7000만원 구간에 있는 근로자들이 내년부터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연평균 16만원의 세금이 과연 과도한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기도 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단돈 1만원에도 예민해지기 쉬운 봉급생활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날 세우는 민주당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실천을 위해 직장인과 자영업자, 서민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비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축소한 것도 이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또 중산층의 세 부담이 정부가 발표한 16만원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지난해 과표기준 5000만원 소득자가 연 500만원을 교육비로 지출한 경우 45만원의 세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올해까진 120만원을 소득공제받았지만 정부안대로 세제가 바뀌면 7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게 돼 그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은 하나의 사례일 뿐, 전체 평균으로 볼 수는 없다.

장 의장은 이에 대해 “설령 16만원이라고 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로 가처분 소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세 부담은 체감상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샐러리맨 과도한 부담 없어야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9일 정부 세법개정안과 관련, “중간소득층과 샐러리맨 세 부담의 지나친 증가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샐러리맨 과도한 부담 없어야 >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9일 정부 세법개정안과 관련, “중간소득층과 샐러리맨 세 부담의 지나친 증가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서민표 의식해 사실 왜곡”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고액 연봉자들에게 걷은 세금을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 등으로 저소득층에 나눠주는 것이라며 세금 폭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획재정부는 그 근거로 소득세 개편에 따른 실효세율 변화를 들고 있다. 실효세율은 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납세자가 실제 내는 세액을 총급여 대비 비중으로 계산한 것이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연소득 4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일 때 실효세율이 1.9%에서 2.2%로 0.3%포인트 높아지면서 세금 부담액은 83만원에서 99만원으로 16만원 많아진다.

하지만 1억2000만~1억5000만원 소득자는 실효세율이 12.0%에서 14.0%로 2.0%포인트 뛰면서 256만원을 더 내게 된다. 3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실효세율이 29.4%에서 30.8%까지 높아진다. 865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억대 연봉자 36만여명이 소득세제 개편 뒤 추가 부담하는 세액은 8400억원에 이른다는 게 기재부의 계산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전설명회에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 5000만원 稅부담 16만원↑…복지비용이냐? 폭탄이냐?

◆직장인 ‘유리지갑’ 타깃 논란도

또 하나의 쟁점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원 증대를 빌미로 가뜩이나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돼 증세가 쉬운 직장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았다는 비판이다.

민주당도 당장 이 점을 정치쟁점화할 기세다. 장 의장은 “세수가 더 필요하다면 고소득자나 대기업에 먼저 부담을 지울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고 가장 손쉬운 월급쟁이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자산기준은 고려치 않은 채 순전히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세제개편안을 짠 것은 월급쟁이를 겨냥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근로소득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는 “참 죄송스러운 부분이고 입이 열 개라도 다른 설명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봉급생활자들은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지 않나. 마음을 열고 받아주기를 읍소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여권 내에서도 자칫 중산층 샐러리맨들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켜 내년 지방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중간소득자의 세 부담을 소득구간별, 가구별 특성에 따라 꼼꼼히 분석해 한꺼번에 과도하게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김재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