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 평균 연봉(500대 대기업 기준)은 약 6000만원(실제 5980만원)이다. 평균에 해당하는 직장인 A씨(4인 가구 외벌이)가 신용카드 2000만원, 자녀 교육비 500만원, 의료비 280만원, 보험료 100만원, 연금저축 4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올해와 내년의 연말 정산 셈법은 각각 어떻게 달라질까.

[2014년 세제 어떻게 달라지나] 연봉 6000만원 직장인 15만원, 연봉 1억은 189만원 더 늘어

○연봉 3억원, 865만원 추가 부담

한국경제신문이 ‘2013년 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A씨의 연말 정산 금액을 계산해본 결과 내년에 돌려받는 세금은 올해보다 15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방식으로 연소득 1억원인 직장인 B씨는 내년에 189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연소득 3000만원인 직장인은 올해보다 675원을 적게 낼 것으로 추산됐다. 연소득 3억원 정도인 기업체 고위임원들은 865만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내년 세법을 고치면서 연소득 3450만원이 넘는 중산층 및 고소득 근로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세액공제 방식을 대거 채용했기 때문이다. 소득공제는 연소득에서 공제항목별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이를 차감한 뒤 과세기준이 되는 과표기준을 산정한다. 비용이 많을수록 과표기준이 낮아지게 돼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세액공제 내년에도 확대

[2014년 세제 어떻게 달라지나] 연봉 6000만원 직장인 15만원, 연봉 1억은 189만원 더 늘어
이에 비해 세액공제는 비용을 사후에 인정한다. 일단 소득 전체를 과표기준으로 삼아 과세한 뒤 공제항목별로 쓴 돈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는 과표기준을 높이고 비용성 공제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세금을 더 걷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밝힌 근로소득세제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혼합했다. 기본공제, 공적연금·건강보험, 근로소득공제 등 소득공제항목은 유지하되 인적공제와 특별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형태다.

인적공제 가운데 현행 다자녀 추가(자녀 2인 100만원·초과 1명당 200만원), 6세 이하 자녀양육비(자녀당 100만원), 출산·입양(당해연도 200만원) 등 공제를 자녀세액공제로 통합한다. 자녀가 2명 이하면 1명당 15만원, 2명 초과시 초과 1명당 20만원으로 정액공제한다. 특별공제 가운데 소득공제 항목인 의료비(총급여 3% 초과분), 교육비(본인 전액공제, 대학생 900만원, 초중고생 300만원), 기부금(법정기부금 전액)은 세액공제(공제율 15%)로 전환된다. 보장성보험료 (100만원 한도), 연금저축·퇴직연금(400만원 한도), 소기업·소상공인(300만원 한도)도 세액공제(공제율 12%)로 바뀐다.

○신용카드 공제율도 축소

이 같은 상황에서 연소득 6000만원인 A씨의 연말 정산표를 살펴보면 올해는 근로자 기본공제(1350만원)와 가족 수에 따른 인적공제, 의료비·교육비·보험료·연금저축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공제를 다 받고 나면 과세 대상 소득(세금을 내는 기준이 되는 소득)은 2850만원이다. 여기에 소득구간별 세율(15%)과 근로소득 세액공제 50만원을 뺀 265만 7500원(신용카드 공제 포함 시 258만2500원)이 최종 결정세액이다.

반면 내년에는 다자녀 공제와 교육비, 의료비 등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된다. 같은 연봉을 받고 같은 돈을 쓰더라도 과세 대상 소득은 4075만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소득구간별 세율(15%)을 적용하고 근로소득 세액공제(50만원), 보험료, 의료비 등 세액공제 항목을 빼면 최종 결정세액은 277만원(신용카드 공제 포함 시 273만2500원)이 된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11만2500원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A씨의 세 부담 증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현행 15%에서 1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로 2000만원을 쓰는 그는 연봉의 25%를 초과하는 사용액(500만원)에 대해 50만원을 공제받게 된다. 공제금액은 올해와 비교하면 25만원이 줄었고, 돌려받는 세액은 최종적으로 3만7500원이 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A씨가 내년 연말 정산에서 환급받는 금액은 총 15만원이 줄어든다. 똑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연봉 1억원을 받는 B씨(표 참조)의 최종 결정 세액은 올해 724만원에서 내년에 913만원으로 189만원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세율 24% 이상이 적용되는 과표기준 4600만원을 넘는 중산층·고소득층은 과거처럼 연말 정산을 많이 받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과표기준 4600만원은 실제 연봉이 7000만~8000만원 정도 되는 층이다.

○저소득층 지원 대폭 늘려

반면 연소득 40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자녀장려세제(CTC)가 도입되는 2015년부터는 혜택을 보게 된다. CTC는 저소득층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 18세 미만 자녀 한 명당 소득에 따라 연간 5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소득과 재산 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현재는 세 자녀에 200만원이 지급되지만 새로운 제도 아래서는 360만원(맞벌이)까지 지원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은 하지만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을 현재 연소득 2100만원 이하에서 250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김경희 기획재정부 조세분석과장은 “고소득자 증세로 더 걷힌 세금이 CTC와 EITC를 통해 저소득층에 혜택이 가는 구조로 세제가 개편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소득세수는 1조3000억원 늘어난다. 정부는 여기에 4000억원을 보태 EITC를 확대하고 CTC를 신설,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