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는 맞댔지만… > 현오석 부총리(맨 왼쪽)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맨 오른쪽)를 비롯한 위원들에게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 머리는 맞댔지만… > 현오석 부총리(맨 왼쪽)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맨 오른쪽)를 비롯한 위원들에게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중산층 세부담 증가는 안 된다.” VS “여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만큼 더 이상 수정은 어렵다.”

내년도 세법 개정안의 방향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안 확정을 불과 사흘 앞둔 5일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서도 양측의 인식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새누리당을 거들고 있어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중상위층 세부담 놓고 이견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안을 종합하면 근로자 소득공제가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뀌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간 계층인 봉급생활자의 세금 감면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증세로 이어진다. 의료비와 교육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소득자는 물론 중위소득자의 면세 혜택도 감소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세 증가 부담이 연봉 5000만원 내외의 봉급생활자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원이 투명하게 공개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급여생활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증세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중산층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란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당정협의에서 “중산층에 한꺼번에 새로운 세 부담을 많이 지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자영업자의 세부담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농수산물 매입액의 부가가치세 공제 수준을 적정화하는 항목에서도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와 종교계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 등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부 원안 유지 가능할까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그동안 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수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손질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그동안 재정건전성 유지, 자원배분의 효율화, 과세형평성 개선을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로 과세 기반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자칫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해 모자라는 세수를 채우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세법 개정의 칼자루를 국회가 쥐고 있다는 것.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료비, 교육비, 자녀공제 등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한 방안이나 봉급생활자의 비과세·감면 공제를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세액공제 방식 전환에 따른 소득 구간별 세수 추계와 세액공제 방식 변경 등에 대한 추가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더 이상 정부안을 수정하기는 어렵고, 국회 협의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추가영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