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장사, 엔저효과 '톡톡'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수익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 약세로 수출 채산성이 좋아진 데다 미국 경기 호전 등의 호재가 겹친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주까지 분기결산을 마친 668개 주요 상장기업의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1분기(4~6월) 경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보도했다. 상장기업의 분기 경상이익 증가율이 40%를 웃돈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뒤 경기가 반짝 회복했던 2010년 2분기(7~9월) 이후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일본 주요 7개 자동차 회사의 전년 동기 대비 경상이익 증가액은 총 4000억엔(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익 증가의 원동력은 미국 자동차시장의 회복세. 올 상반기(1~6월) 중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781만8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 늘어났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수출량 증가를 뒷받침한 배경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산업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업종이 호조를 보인 것이 일본 상장기업 전반의 수익을 밀어 올린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철강 산업.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철주금의 1분기 경상이익은 864억엔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2위인 JFE홀딩스의 이익 규모는 3배 이상 늘었다. 무라타제작소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자동차용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수혜를 입었다. 주가 상승 등으로 자산 효과가 나타나면서 내수 업종도 모처럼 선전했다. 일본 최대 백화점체인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반면 중국의 경기 둔화 조짐으로 건설기계업체들은 고전했다. 고마쓰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했고, 히타치건기(건설기계)는 건설장비의 아시아 부문 매출이 40% 이상 축소되면서 이익 규모도 30%가량 줄어들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