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미국 포드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원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부문 매니저였던 헨리 르랜드가 1917년 세운 '링컨 모터 컴퍼니'가 모태다.

르랜드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고 그래서 그 이름은 고스란히 회사 이름이 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얼마 못 가 재정난에 처했고 1922년 포드사에 팔렸다.

GM 출신이 세운 자동차제조사가 경쟁사인 포드로 넘어간 것이다.

링컨이란 회사가 생겨나고 포드로 넘어간 유래다.

이 링컨의 중형 세단인 '올 뉴 MKZ'를 최근 시승했다.

4천700만원짜리 럭셔리카다.

MKZ는 럭셔리카 중에서도 우아함을 추구한 차다.

외관부터 인테리어까지 중후한 우아함으로 단장했다.

가격은 더 비싸지만 같은 중형급이어서 비교 대상이 되는 BMW의 5시리즈나 아우디 A6가 좀 더 가볍고 날쌘 느낌이라면 MKZ는 그보다는 차분하고 묵직하다.

어찌 보면 좀 중년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의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란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이 차의 외관 중 후미 부분은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영국산 재규어나 애스턴 마틴 같은 차들의 뒷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남다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차의 성능은 제원의 숫자들이 말해주듯 힘차다.

2천㏄ 터보차저 엔진을 달았는데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만큼 앞으로 튀어나간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포드도 다른 미국 자동차업체들처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도 다운사이징(소형화) 엔진 개발에 주력해 이 분야에서 남다른 성과를 거뒀다.

3천500㏄ 엔진을 단 '기름 먹는 하마'였던 1세대 링컨 MKZ가 2세대로 넘어오며 2천㏄의 날렵한 세단(복합연비 10.2㎞/ℓ)으로 거듭난 것도 바로 이 다운사이징 엔진(포드는 이 엔진에 에코부스트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덕이다.

국내에 출시된 MKZ는 가솔린 차량이어서 디젤차처럼 차의 떨림이 심하지도 않다.

디젤엔진은 경제성이나 친환경성, 출력 등에서 뛰어나고, 최근엔 기술 발달로 특유의 소음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디젤엔진 고유의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는 것까지는 어쩌지 못한다.

MKZ는 또 일종의 모험을 했다.

으레 운전사 오른쪽 팔걸이 언저리에 있어야 할 변속기를 센터페시아로 옮겨 버튼형으로 바꿨다.

실제 운전해본 결과 주행 시에는 출발하거나 차를 세울 때 빼곤 변속기를 조작할 일이 거의 없어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주차하기 위해 주행(D)과 후진(R) 모드를 재빠르게 오가야 할 땐 어쩔 수 없이 불편했다.

터치식 센서 형태의 오디오 볼륨 조절 버튼이나 실내온도 조절 버튼도 왕왕 10초가량 뒤늦게 응답하는 일이 있어 불편이 컸다.

그럼에도 링컨 MKZ는 매력 있는 차다.

개방 면적이 현존하는 세단 중 가장 넓다는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카오디오 시스템도 정갈하고 단정한 소리를 뽑아낸다.

링컨 MKZ는 독일산 프리미엄 중형차보다 좀 더 적은 부담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물론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럭셔리'(사치품)이긴 하지만.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