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신청 디트로이트를 가다] "디트로이트는 당분간 대혼란…공무원 노조·市정부간 갈등 불가피"
존 포토 미시간대 법대 교수(사진)는 “공무원과 시민들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디트로이트뿐만이 아니다”며 “디트로이트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파산법 권위자인 포토 교수는 “당분간 디트로이트에는 법적, 정치적, 사회적 대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시 정부가 파산을 신청한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를 앤아버 미시간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디트로이트 시정부의 파산 보호 신청을 어떻게 평가하나.

“필요한 일을 했다고 본다. 디트로이트는 18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데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고작 10억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관, 소방관들에게 월급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빚을 모두 갚는 데 꼬박 18년이 걸린다. 파산보호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채권자들과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다. 최소 몇 개월간 엄청난 혼란과 함께 희대의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디트로이트만한 도시가 파산을 신청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노조는 당장 시정부가 파산을 신청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시간주 헌법에 공공 연금 혜택은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고 명시한 조항을 들어서다. 시가 신청한 챕터9은 연방 헌법을 기초로 한다. 연방 헌법과 주 헌법이 충돌하게 된 셈이다. 법적으로는 연방 헌법이 더 힘이 세지만 정치적 사회적 요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렇다. 노조는 파산보호 신청 전 시정부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맞게 협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도 파산보호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걸 수 있는 소송은 다 걸 것이다. 게다가 시 정부 측이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으려면 앞으로 최소 1년은 걸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또다시 새로운 논쟁들이 시작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복잡한 상황이다. 미시간주는 법무장관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주지사로부터 독립적이다. 빌 슈트 법무장관이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주도한) 릭 스나이더 주지사에 반대하며 ‘연금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내년 말에 있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가.

“그렇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먼지가 걷히고 나면 결국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빚을 털어내고 균형예산을 이루면 시의 기능이 회복될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 것이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전 세계가 디트로이트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사례는 디트로이트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디트로이트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앤아버(미시간주)=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