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高연봉 '논란'] "성과 따로 보상 따로 '무늬만 연봉제' 부터 고쳐야"
은행권 연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의 성격이나 성과에 비해 임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인식이 배경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손쉬운 영업에 안주하면서 고액 임금을 받고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임금 지급 기준을 공정하고 명확하게 설정하고 성과 중심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전문가들은 은행원이 현재 받는 임금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느냐는 점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한국금융학회장인 김석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이 이익을 낼 때는 기준금리 흐름과 정부정책 방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한국 은행들은 실적이 나오면 성과급 잔치를 하는 반면 성과가 부진할 때는 환경 탓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의 총이익 가운데 이자이익 비중은 88%로 영국(44%) 미국(65%) 일본(69%) 은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외국 은행보다 단순한 이자 차액에 수익을 의존하는 정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수익이 떨어질 때 보상도 낮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수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는 “금융권의 높은 보수가 시장의 설득력을 얻으려면 성과가 줄어들 때 보수도 줄고, 성과가 늘 때 보수도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무늬만 연봉제’인 금융권의 성과보상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직원들의 기본급과 성과급의 실질적인 비율은 87 대 13이다. 성과급 안에 각종 피복비와 명절 보너스 등 ‘기본급’ 성격의 임금이 많기 때문이다.

임원 연봉 책정 기준이 제대로 설계돼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이 임원의 성과보상 수준을 공시할 때 최고 한도금액을 임원별로 합친 총액으로 밝힐 뿐 개별로 얼마를 받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연간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개별 연봉이 공개된다 하더라도 연봉이 책정되는 과정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